외부 입김에 휘둘리는 축구협회 기술위원회

외부 입김에 휘둘리는 축구협회 기술위원회

입력 2011-12-08 00:00
업데이트 2011-12-08 13:13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조광래 월드컵 축구대표팀 감독의 경질을 결정한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독립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회장단과 축구협회 메인 스폰서들의 압력에 휘둘렸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황보관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8일 조 감독의 경질과 관련해 “지난 5일 파주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회장단과 미팅을 했다”며 대표팀이 그동안 보여준 경기력으로는 최종 예선을 거쳐 본선까지 진출하기에 어렵겠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대표팀 감독의 선임과 해임은 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결정권을 쥐고 있지만 이번 경질 문제를 놓고 아직 회의가 소집되지 않았다.

지난달 9일 사퇴한 이회택 위원장(현 축구협회 부회장)의 후임으로 기술위원회를 이끌게 된 황보 위원장은 새 기술위원회를 구성하지조차 못했다.

황보 위원장은 새 기술위원들과 최근 비공식적인 모임을 가진 적이 있다고 했지만 기술위원회 회의를 거쳐 감독의 해임을 결정해야 한다는 축구협회 정관을 충족하지 못했다.

그는 이에 대해 “개인적으로 유감스럽다. 정식 절차를 밟으려고 했다”며 “기술위원회가 구성되면 경질 절차에 나서려고 했지만 언론에 미리 알려졌다”고 해명했다.

이어 “절차상으로 새 기술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분위기를 빨리 잠재우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면 이 방법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결국 기술위원장 스스로 사령탑 경질에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시인한 셈이다.

무엇보다 기술위원장이 기술위원들의 의견을 묻지도 않은 상태에서 축구협회 회장단과 감독의 경질 문제를 논의했다는 점도 논란을 일으키는 대목이다.

조광래 감독은 그동안 올림픽 대표팀과의 선수 차출을 놓고 이회택 전 기술위원장과 대립각을 세웠다.

지난 5월에는 조 감독이 이 전 기술위원장을 겨냥해 “감독의 고유 권한인 선수 선발에 간섭하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할 정도였다.

공교롭게도 조 감독이 지난달 아랍에미리트와 레바논을 상대로 한 중동 원정 2연전에서 1승1패로 아쉬운 성적을 거두자 기술위원장과 회장단은 기다렸다는 듯이 조 감독의 경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황보 기술위원장이 축구계 대선배인 축구협회 회장단의 경질 권고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할 기술위원회가 축구협회 수뇌부의 입김에 휘둘렸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아울러 황보 기술위원장은 축구협회의 자금줄을 쥔 메인 스폰서들의 압력에도 무릎을 꿇었다는 점도 시인했다.

그는 “스폰서는 아주 중요하다”며 “스폰서들의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빨리 변화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밝혔다.

기술위원장이 위원회의 독립성을 포기하고 협회 수뇌부와 메인 스폰서의 입김에 휘둘렸음을 자인한 것이다.

이에 따라 조광래 감독의 경질 사태를 계기로 기술위원회의 독립성 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최저임금 차등 적용, 당신의 생각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가 5월 21일 시작된 가운데 경영계와 노동계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최대 화두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입니다. 경영계는 일부 업종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요구한 반면, 노동계는 차별을 조장하는 행위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