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슈잉·통합스포츠 체험
“빌라리! 빌라리!”30일 오후 강원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경기장. 2013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 열전 첫날 스노슈잉 남자 100m 디비저닝(예선) 경기에서 흑인 지적 장애인 선수를 목이 터져라 응원한 사람은 한국인 권경숙(52·여)씨였다. 20년 전 선교사로 사하라 사막 서쪽의 모리타니로 건너간 권씨는 현지에 사회복지시설을 세워 지적 장애인들을 돌봤고 그 인연으로 모리타니 대표팀 코치 자격으로 3명의 선수와 함께 평창을 찾았다.
제10회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 열전 첫날인 30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바이애슬론센터 앞에서 열린 스노슈잉 100m 디비저닝(예선)에 출전한 지적 장애인 선수들이 스노슈를 신은 채 힘껏 설원을 질주하고 있다.
평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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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스포츠 체험에 참여해 장애인 선수들과 함께 달린 중국 여배우 장쯔이(왼쪽부터),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 중국 농구 스타 야오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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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씨가 응원한 선수는 빌라리 뎀벨레(22). 그는 20.05초 만에 100m를 완주하며 7명의 선수 중 당당히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권씨는 빌라리를 부둥켜안고 아랍어로 “잘했어! 장하다!”를 연발했다. 빌라리도 자신의 완주가 자랑스러운 듯 권씨를 힘껏 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눈이 없는 나라에서 태어난 빌라리는 지난해 9월부터 사하라 사막에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훈련했다고 했다. 높은 기온 때문에 오후 9시 이후에만 연습할 수 있었다. 권씨는 “모래 위에서 석달밖에 연습하지 않은 빌라리가 이렇게 잘할 줄은 몰랐다”고 대견해했다.
빌라리 말고도 레이스를 힘겹게 마친 선수들은 코치나 가족, 도우미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개선장군처럼 손을 흔들었다. 그들에게는 순위가 중요하지 않았고 경기에 출전한 이 모두가 승자였다. 국가도, 인종도, 문화도 그들을 가르지 못했다.
스페셜올림픽은 지적 장애인만의 축제가 아니었다. 스포츠 스타나 정·재계 인사들도 통합 스포츠 체험을 통해 지적 장애인과 함께 뛰고 굴렀다. 디비저닝이 끝난 뒤 이어진 스노슈잉 통합 스포츠 체험에는 마라토너 이봉주(43)와 레슬링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심권호(41), 중국 여배우 장쯔이(33) 등이 참가해 장애인 선수들과 조를 이뤄 400m 계주를 뛰었다. 처음 신어본 스노슈(눈 위를 달릴 수 있게 알루미늄을 덧댄 신발)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이었지만 금세 장애인 선수들과 한 몸처럼 움직였다.
심권호는 “올림픽 경기에 들어가기 직전 상대 선수들의 눈빛이 정말 무섭다. 모두 단단히 각오를 다지며 웃음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스페셜올림픽 선수들은 모두 천진난만한 눈빛을 하며 경기 전이든 후든 웃음을 잃지 않았다”고 첫 소감을 전했다. 이봉주는 “지적 장애인들이 도전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참 인상깊었다”며 “앞으로도 그들에게 많은 관심을 갖고 기회가 되면 자주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미얀마의 민주화 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와 나경원 대회 조직위원장, 코카콜라사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무타 켄트 회장 등은 스노슈잉 경기를 관람하고 선수들을 응원했다.
평창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2013-01-31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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