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패럴림픽 ‘인생 스톤’ 던지는 선수들

평창패럴림픽 ‘인생 스톤’ 던지는 선수들

유대근 기자
입력 2017-02-05 22:22
수정 2017-02-05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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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휠체어 컬링팀 5인방

“처음 당구를 배운 뒤 침대에 누우면 천장이 당구대로 보인다잖아요. 컬링도 비슷한 중독성이 있어요.”

“스톤(컬링 공)을 딱 알맞은 힘으로 던졌을 때 느낌은 낚시할 때 손맛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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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휠체어 컬링팀 소속인 서순석(왼쪽부터)·양희태·방민자·민병석·차재관 선수가 4일 서울 노원구 태릉빙상장에서 연습 도중 기합을 넣고 있다. 이들은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며 내년 평창 동계패럴림픽에서의 메달권 진입을 다짐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서울시청 휠체어 컬링팀 소속인 서순석(왼쪽부터)·양희태·방민자·민병석·차재관 선수가 4일 서울 노원구 태릉빙상장에서 연습 도중 기합을 넣고 있다. 이들은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며 내년 평창 동계패럴림픽에서의 메달권 진입을 다짐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지난 4일 오후 서울 노원구 태릉빙상장에서는 40~50대 남녀 5명이 컬링 예찬을 쏟아 냈다. 서울시청 휠체어팀 소속인 방민자(56·여)·민병석(53)·양희태(48)·차재관(46)·서순석(45) 선수다. 사실 ‘컬링’ 하면 ‘여동생’ 이미지다. 2014년 러시아 소치올림픽 때 20대가 주축이 된 여자 대표팀의 선전 덕분이다. 하지만 내년 평창 동계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때는 이 ‘이모와 삼촌들’ 이미지가 뇌리에 박힐 것 같다.

5명의 선수는 모두 사고로 후천성 장애를 얻어 재활 차원에서 운동을 시작했다가 전문 선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서울시청팀이 창단되기 전에는 생계 걱정을 했다. 생활체육팀 소속은 급여가 없었다. 연습장 대관도 문제였다. 수도권에 컬링장이 몇 곳 안 되는 탓에 비장애인 선수들이 쉬는 이른 새벽에 연습을 했다. 수영장을 얼려 연습한 적도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 9월 장애인·비장애인 컬링팀을 동시 창단한 덕에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전국 휠체어 컬링 실업팀은 서울과 인천시만 운영한다.

컬링은 19.96㎏ 돌을 빙판 위에서 밀어 표적(하우스) 중앙에 가깝게 위치할수록 득점하는 경기다. 전술전략이 다양해 당장은 ‘사석’(버리는 돌)처럼 보이는 스톤이 몇 수 앞을 내다본 묘수인 일이 허다하다. 바둑·체스와도 비견된다. 또 스톤으로 상대 스톤을 밀어내거나 스톤 사이로 빠져나가므로 ‘공간의 예술’이라는 점은 당구와 비슷하다.

팔이 떨어질 듯 해대는 빗자루질(스위핑)을 휠체어 컬링에서는 볼 수 없다. 선수가 2.5m 스틱으로 스톤을 밀어 하우스 안에 넣는 게 전부다. 그렇다고 긴장감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서 선수는 “비장애인 컬링에서는 투구를 잘못하면 스위핑을 해 공의 이동거리와 방향을 바꿀 여지가 있지만, 휠체어 컬링은 스톤이 막대를 떠나는 순간 만회가 어렵다”고 말했다. 집중력이 중요한 ‘찰나의 미학’이라는 얘기다.

장애인 선수들에게도 빙판은 ‘전쟁터’다. 스톤에 인생을 건 듯 한 구 한 구 던진다. 시청팀과 국가대표팀을 동시에 이끄는 백종철(41) 감독은 “세계랭킹은 7위지만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3위를 했다”며 “평창 패럴림픽에서 가장 유력한 메달 후보”라고 말했다. 백 감독의 강훈련을 버텨 낸 선수들은 실전에서 스톤을 무념무상 상태로 던진다고 했다. 민 선수는 “그 정도 훈련했으면 몸이 기억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컬링은 팀 종목이라 단합이 중요하다. 혼성 5명 중 홍일점이자 최연장자인 방 선수는 “투구를 할 때 의견이 다르면 다수결로 정한다”면서 “자연스레 사회성도 길러진다”고 말했다.

시청팀 선수들은 오는 6월 선발전에서 모두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목표다. 쌍둥이 아빠인 차 선수는 “몸을 다친 뒤 자신감이 떨어졌었는데 컬링 덕에 아이들이 아빠를 보는 시선이 긍정적으로 변했다”며 “팀워크를 잘 다져 꼭 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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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17-02-0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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