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 Dia 브라질] 벽화 뜯기고 곳곳서 시위… 우울한 삼바

[Bon Dia 브라질] 벽화 뜯기고 곳곳서 시위… 우울한 삼바

입력 2014-06-12 00:00
수정 2014-06-12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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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적 물가에 국민 43% 월드컵 반대

인천에서 비행 시간만 26시간을 견뎌낸 끝에 발을 내디딘 브라질은 64년 만에 월드컵 본선을 맞는 나라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조용했다. 월드컵을 홍보하는 현수막 하나 찾기 어려웠고, 상파울루 콩고냐스 공항 인근의 브라질대표팀 기념 벽화는 곳곳이 훼손돼 있었다. 특히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8골을 넣으며 브라질을 우승으로 이끈 호나우두는 얼굴 절반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처럼 흰 페인트로 덧칠돼 있었다.

축구의 나라 브라질이지만 상당수 국민들은 월드컵을 반기지 않았다. 지난달 조사된 설문조사에서는 43%가 월드컵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집 없는 노동자 운동’ 등의 단체는 최근까지 월드컵 반대 시위를 벌였다. 심각한 빈부 격차와 살인적인 물가에 시달린 브라질 국민들은 “경기장 지을 돈을 우리에게 쓰라”며 거리로 나왔다. 4년 전 남아공 국민들이 전통악기 부부젤라를 불며 흥겨워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브라질의 치안은 남아공 못지않게 불안했다. 출전국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의 코치진이 무장 강도의 공격을 받기 직전 경찰에 구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브라질은 최근 일부 지역 경찰이 파업을 벌이면서 치안이 더 악화됐다. 한국 외교부는 상파울루를 비롯한 브라질 전역에 1단계 여행경보를 발령한 상태다.

브라질월드컵의 슬로건은 ‘다 함께 리듬을’. 그러나 지금 브라질은 상파울루의 공항부터 흥겨운 삼바 대신 경제 침체와 부패, 열악한 사회보장제도 등에 반감을 품은 대중들의 불만으로 뒤덮여 있는 느낌이었다.

상파울루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2014-06-12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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