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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전철 안 밟으려면 노동개혁 절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전철 안 밟으려면 노동개혁 절실”

입력 2015-08-27 10:23
업데이트 2015-08-2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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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정책세미나…”급증하는 ‘좀비기업’ 구조조정 시급”

한국 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진 일본을 답습하지 않으려면 노동시장 유연성을 키우고 부실기업을 구조조정하는 등 구조개혁과 재정건전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7일 은행회관에서 ‘우리 경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답습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KDI 정책세미나에서 발제를 통해 우리나라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추이가 일본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또 한국 경제가 총인구증가율과 노인부양 비율 등을 반영한 인구구조가 과거 일본과 유사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출 주력품 역시 20년 전 일본과 유사하고, 대출을 못 갚아 만기가 연장되거나 이자를 보조받는 ‘좀비기업’ 증가세 역시 일본을 답습하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 좀비기업의 자산이 전체 기업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13.0%에서 2013년 15.6%로 증가했다.

특히 조선 및 건설업의 좀비기업이 급증세다.

그는 수출시장에서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경직된 시장구조를 탄력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구조가 경직된 이유로는 정규직 과보호 등 노동시장 경직성과 경쟁력을 잃은 기업의 과잉생산 등 제조업의 비효율적인 자원배분을 들었다.

그는 근로자 생산성을 임금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등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대하고 근로연령의 연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부실기업의 구조조정 및 창업활성화, 규제개혁을 통한 진입장벽 완화로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가계부채에 대한 거시건전성 감독정책을 강화하고 각종 비과세·감면 축소를 통해 재정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구조개혁 추진 20년 된 일본…”아직도 완성 안 돼”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일본이 1990년대부터 구조개혁을 추진해 왔지만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정진성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는 ‘구조개혁과 일본형 경제시스템의 변화’를 제목으로 한 주제 발표에서 “일본의 구조개혁은 상당한 성과를 냈지만 시장지향적 경제시스템으로의 전환이라는 목표를 이뤘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구조개혁을 경제 성장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 내세우기 시작한 것은 불황 장기화 조짐이 나타난 1990년대 초 호소카와 내각 때부다.

일본 정부는 현재 노동개혁을 추진하는 한국 정부와 비슷하게 새 직장에 들어가거나 다른 직장으로 옮기는 것이 쉽도록 하는 환경을 만드는 방향의 노동시장 유동화 정책을 폈다.

그럼에도 대기업 정규직은 여전히 장기 고용이 주를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기업들은 장기 채용을 전제로 내부에서 근로자의 업무 역량을 숙련시켰는데, 이런 인적자원 육성 방식을 대체할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말 구조개혁이 시작된 일본의 금융시스템도 자유화는 크게 진전됐지만 위험을 감수하는 ‘리스크 머니’ 공급과 벤처 캐피탈 분야는 아직도 취약한 것으로 지적됐다.

정 교수는 일본 구조개혁 성공을 위한 해법으로 ▲정치적 리더십 강화 ▲인적자원 양성체제 개혁 ▲리스크머니 공급자 육성 ▲불평등·소득격차 확대에 대한 적절한 대책 마련을 제시했다.

정 교수는 “노동시장을 유동적으로 만들려면 규제 완화뿐만 아니라 기업 외부에서도 직업 훈련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벤처캐피털 등 ‘리스크 머니’ 공급자를 육성하고 예금 중심인 가계 자산 구성이 다양해지도록 유도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노동개혁·경제정책, 실기하지 말아야”

종합토론에서는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까지 아우르는 강력한 노동개혁과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데 실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주훈 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중소기업 보호를 걷어내는 것과 동시에 대기업의 경직적 노동환경도 제거되지 않으면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책 당국과 노동자들이 인식하는 노동 유연성에 대한 생각이 달라 노동개혁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정책 당국에서 얘기하는 노동의 유연성은 정보화사회로 산업 구조가 변화하는 데 맞춰 노동 구조를 바꾸자는 것인데, 노동자들은 고용주가 나를 언제든지 쫓아낼 수 있다는 협박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정부에서 생각하는 노동의 유연성에 대해 노동자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만 현재 추진하는 고용 개혁에서 큰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화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장은 “산출량, 인플레이션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정확히 보고 재정정책, 통화정책을 펴야 하는데 일본은 시기에 맞는 정책을 못한 적 있었다”며 “일본 경험에 비춰 볼 때 시기에 맞는 거시경제정책만 펴도 우리 경제는 제대로 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한국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닮지 않고 추가적인 성장 동력을 얻으려면 전통적인 주력 산업의 추가적인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구조조정, 20년 후에 지금의 삼성과 현대가 될 가능성이 있는 벤처 육성, 서비스 산업의 고부가가치화가 필요하다”며 “4대 부문 구조개혁으로 이런 노력을 위한 토양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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