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만에 관심 끄는 포스코ㆍ한전 국민주

20여년 만에 관심 끄는 포스코ㆍ한전 국민주

입력 2011-07-21 00:00
업데이트 2011-07-21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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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상장 3년 만에 59%P↓…소득 재분배 실패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19일 최고ㆍ중진회의에서 우리금융지주와 대우조선해양을 국민공모주 형태로 매각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달라고 요청한 것을 계기로 국민주 역사가 새삼 관심을 끈다.

우리나라 국민주 1호와 2호는 포항제철(현 포스코)과 한국전력 주식이다.

포철과 한전의 국민주 공모는 우량 공기업의 주식을 일반 국민에게 매각해 주식투자 인구의 저변을 넓히고 자본시장을 발전시킨다는 목적에서 1988년과 1989년에 각각 이뤄졌다. 국민의 금융재산 형성을 지원한다는 의도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포철과 한전의 국민주가 대량으로 공급된 탓에 주가가 급락해 소득 재분배 등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런 실패의 역사를 우리금융지주와 대우조선해양의 공모 때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매물이 일시에 쏟아짐으로써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주는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주주들이 국민주를 장기간 보유하도록 유도하고 공모 시기를 나눠야 한다는 주장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 포철ㆍ한전 국민주 공모 후 폭락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1988년 4월 포철 민영화 과정에서 소득 재분배를 명분으로 정부 지분 69.1% 중 34.1%인 3천128만주를 청약을 통해 일반인 322만2천명에게 팔았다. 인수자는 중하위 소득계층 310만1천명, 일반 청약자 10만1천명, 우리사주조합원 2만명 등이었다.

매각 가격은 주당 1만5천원이었다. 우리사주조합원과 중하위 소득계층 보급분은 공모가의 30%를 할인한 1만500만원에 책정됐다.

이듬해인 1989년에는 한국전력을 민영화해 정부 보유 지분의 21%인 1억2천775만주를 주당 1만3천원에 국민주로 보급했다.

포철과 한전의 국민주 공모를 시행한 것은 경영 상태가 양호한 대기업을 국민기업으로 키우고 성장을 통해 얻은 이익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명분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정부 기대와 달리 국민주 보급은 기대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포철은 민영화 3년 만인 1991년 주가가 상장가보다 59%포인트 추락했고 한전도 민영화 2년 후 상장가보다 43%포인트 떨어졌다. 코스피는 1989년 4월을 기점으로 급락했다.

당시 국내 자본시장 규모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너무 많은 주식을 내놓아 증시에 엄청난 압박을 가했기 때문이다.

시장이 싸늘해지자 국민주를 산 중하위 소득계층은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주식을 경쟁적으로 처분했고 실질배당률이 정기예금 이자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조성훈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은 “당시 주식을 광범위하게 분산하다 보니 1인당 배정 주식 수가 10주가 안 됐다”며 “각자 보유한 물량이 적다 보니 장기 보유로 이어지기 어려웠고 결국 재산 형성에도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 장기보유 유도ㆍ공모시기 분할이 대안

1980년대 후반과 지금은 주식시장 상황이 많이 달라 우리금융지주나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국민주 형태로 보급해도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라는 게 증권가의 평가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기업이 19일 현재 1천812개로 포철 국민주가 보급된 1988년(502개)의 3.6배에 달한다. 시가총액도 19일 기준으로 1천308조원이다. 1988년(65조원)의 20배를 넘는 규모다.

국민주 보급 가격을 책정할 때 지금의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할인율을 설정하면 주가가 내려가더라도 국민주 보유 주주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국민주 방식으로 공모하면 물량이 많이 늘어나 주가 측면에서는 부정적이다. 국민주 공모를 하게 된다면 결국 가격이 문제다”고 강조했다.

물량이 한꺼번에 대거 공급될 때 시장 충격을 줄이려면 공모시기를 분산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포철 사례를 교훈 삼아 국민주가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기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장기보유를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포철 국민주 공모 당시 중하위 소득계층 중 83%인 259만명은 국민주를 상장 즉시 팔 수 있는 정상가격으로 샀고 나머지 53만명은 할인가격에 사 장기보유보다 단기 차익을 얻는 쪽을 선호하는 현상이 있었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은 “포스코나 한전을 국민주로 매각했지만, 현재 소유 지배구조가 건전하다고 볼 수 없다”며 “우리금융지주는 분할 매각을 대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 소장은 “예를 들어 정부지분 51% 중 절반은 시가로 기관 투자자에게 5~10%씩 블록세일(대량매매)하고 나머지 절반은 국민주 방식으로 나누는 것이다. 경영 감시가 가능한 주요 주주군을 만들어 지배구조를 건전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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