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 5대 금융지주 빛과 그림자

‘그들만의 리그’ 5대 금융지주 빛과 그림자

입력 2012-02-28 00:00
수정 2012-02-28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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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이익 뒷전…대형화로 위기 대응력은 개선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와 농협금융지주의 출범은 ‘5대 금융지주 천하’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다.

농협ㆍKBㆍ신한ㆍ우리ㆍ하나 등 5대 금융지주사는 대출시장의 71.4%, 예금의 80.6%, 은행 점포 수의 73.9%를 차지하고 있다. 11년 전인 2000년보다 각각 30% 이상씩 높아진 수치다.

활발한 인수합병을 통해 완성된 5대 금융지주 체제는 은행의 위기 대응력이라는 측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는다.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지만 2008년 은행권 총 순이익은 7조7천억원, 2009년에는 6조9천억원에 달했다. 대형화로 규모의 경제와 수익성 제고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금융소비자 처지에서 보면 5대 금융지주 체제는 부정적인 효과를 낳았다. 경쟁의 실종이 대표적인 사례다.

61개 증권사가 경쟁하는 증권업계는 고객을 끌어들이고자 치열한 수수료 인하 경쟁을 벌였다. 그 결과 2000년대 초 평균 0.2%를 웃돌았던 주식 거래 수수료가 최저 0.01%까지 떨어졌다.

은행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인수합병으로 은행 수가 점점 줄어 경쟁이 약해지자 수수료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자동화기기(ATM) 이체 수수료가 2천원을 넘는 은행까지 생겨났다. 채권형 펀드의 평균 수수료율은 0.3%지만, 채권으로 운용되는 은행 연금저축의 수수료율은 2배가 훨씬 넘는 0.7~1.0%에 달한다.

금융소비자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예대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에서 과점의 폐해는 여실히 드러난다. 2009년 2.68%포인트였던 예대마진은 2010년 2.85%포인트로 오르더니 지난해는 2.96%까지 치솟았다.

신용대출 금리의 급등을 막으려고 금융당국이 대출금리 체계의 개편을 요청했지만, 은행들은 논의하는 시늉만 내더니 흐지부지 덮어버렸다.

금융지주의 또다른 폐해는 은행, 보험, 카드 등 백화점식 영업 때문에 이른바 ‘꺾기’가 만연한다는 점이다.

서민들과 중소기업의 대출 문턱이 높다는 점을 악용해 대출자에게 카드, 보험, 펀드 등의 가입을 가용하는 꺾기는 최근 3년간 금융감독원에 적발된 건수만 1천여건에 이른다.

삼성경제연구소 박현수 수석연구원은 “대형화는 개별 금융사의 수익 극대화에는 도움이 되지만 경쟁의 제한이라는 문제점도 불러왔다. 그 양자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금융소비자연맹의 조남희 사무총장은 “대형화, 과점화로 힘이 너무 세진 은행들이 경쟁을 막고 ‘자기들만의 리그’를 즐기고 있다. 수수료, 대출금리, 꺾기 등에서 서민이나 중소기업의 피해가 없는지 감독 당국의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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