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과정 험로 예고
주요 은행 등 35개 금융기관을 지부로 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총파업이 무산되면서 금융권 노사는 임금단체협상 테이블에 다시 마주 앉게 됐다. 하지만 대형은행 경영진들이 노조의 요구안을 들어줄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인 데다, 일부 은행 노조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협상과정에 난항이 예상된다.●이달 중순 양측 대표단 교섭 재개 예정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와 사측인 금융사용자협의회는 다음 주 실무교섭을 시작한다. 이달 중순에는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과 박병원(은행연합회장) 사용자협의회장 등이 만나 대표단 교섭을 재개할 예정이다. 양측은 지난 6월 8일 교섭 결렬 이후 지난달 25일 한 차례 만났지만 협상에 진전이 없었다.
금융노조는 임금 7% 인상안과 함께 ▲노사 공동 20만 대학생 무이자 학자금 지원 ▲신규인력 채용 확대를 통한 청년실업 해소 ▲비정규직 채용금지 등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노조 측에 따르면 박 회장은 이 가운데 신규 인력 채용 확대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으나 대다수 은행장과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반대가 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의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는데 고용을 늘리면 인건비 부담이 대폭 늘어난다는 것이다. KB·우리·신한·하나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4조 89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조 6278억원)보다 27.3%(1조 5385억원)나 줄었다.
●금융노조 산하 일부 은행 지부 ‘이기주의’ 지적도
금융노조 산하 일부 은행 지부의 이기주의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이들은 임금 인상안을 제외한 나머지 사회공헌성 요구안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태도다. 이미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노조는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합병이 무산되면서 지난달 30일로 예정된 총파업에서 한 발을 뺐다. 정부와 맺은 사업구조개편 이행약정(MOU) 무효를 주장하며 파업을 추진했던 농협중앙회 노조도 사측과 고용안정에 대한 합의를 이루면서 결국 12년 만의 금융권 총파업은 무기한 연기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총파업 무산으로 금융노조의 협상력이 약화되긴 했지만 임금인상안 등을 두고 사측과 견해차가 커 협상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2012-08-04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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