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 음식 먹지 마라”는 선조 말씀 이유 있었네

”탄 음식 먹지 마라”는 선조 말씀 이유 있었네

입력 2013-05-02 00:00
수정 2013-05-0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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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조피렌, 고기 구울 때 연기와 검게 탄 부분에 포함

지난달 말 시중 유통 중이던 한 참기름 제품이 판매 중단 및 회수 조치됐다. 벤조피렌이 과다 검출됐다는 이유에서였다. 자가 품질검사 결과, 이 제품에서는 벤조피렌이 국내 기준치 2.0ppb 이하를 4배 가까이 초과한 7.6ppb가 나왔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라면수프에서 벤조피렌이 검출돼 파문이 일었고, 지난 2월에도 라면수프 원료로 쓰인 고추씨 기름에서 벤조피렌이 기준을 넘어 검출돼 논란을 낳았다. 대체 벤조피렌이 뭐기에 잊을 만하면 튀어나와 사회적 소동을 일으키는 걸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벤조피렌에 대한 소비자의 이해를 돕고, 이로 부터 안전을 지키는 방법을 담은 건강정보를 웹진 ‘열린마루’에 실었다.

알고 보면 벤조피렌은 낯설지 않은 물질이다. 굽고 볶는 요리를 좋아하는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음식의 검게 탄 부분과 고기 굽는 연기 등에 들어 있는 성분, 그것이 바로 벤조피렌이다. 쉽게 말해 삼겹살이나 쇠고기 등을 구울 때 고기의 가장자리를 검게 태우곤 하는데, 이때 생기는 타르에 든 물질이다.

”탄 음식은 먹지 마라” 또는 “고기는 환기가 잘 되는 곳에서 구워 먹어라”고 했던 선조의 말씀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

벤조피렌은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의 불완전 연소 과정에서 생성되는 다환방향족 탄화수소의 일종이다. 따라서 거리의 자동차 매연, 담배 연기 등에도 있다. 환경오염 탓에 농산물이나 어패류 등에도 존재할 수 있다.

특히 담배 1개비에는 라면수프 6천 개에 든 벤조피렌에 해당하는 벤조피렌이 들어 있다.

벤조피렌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은 국제암연구소(IARC)가 2006년부터 1등급 발암물질로 분류하면서다. 이때부터 벤조피렌은 공포의 대상이 됐다.

벤조피렌은 발암물질인 만큼 인체에 쌓이면 산화되어 독성을 나타낸다. 장기간 노출되면,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일으켜 폐암, 위암, 피부암, 췌장암, 대장암, 유방암 등 각종 암을 일으킬 수 있다.

식약처는 벤조피렌이 발암물질이어서 위험하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과잉 반응을 보이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청정지역에서 생산된 농축산물을 포함해 모든 식품에는 어떤 형태로든 유해물질이 들어 있지만, 각국 정부가 식품마다 적정한 기준을 설정해 소비자가 일정량 이상으로 섭취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만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

특히 벤조피렌에 대해서는 일부 전문가조차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말을 할 정도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사실상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지나치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벤조피렌 함유량에 대한 식품 기준은 국제식품규격위원회, 미국, 일본, 호주 등에는 없다. 한국, 유럽연합(EU), 중국에만 있다. 심지어 우리나라는 유럽연합에도 없는 훈제건조어육(가쓰오부시 등)과 일부 농산물(흑삼, 흑삼농축액, 숙지황)에까지 벤조피렌 기준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외부 용역 연구와 소비자 및 식품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벤조피렌의 식품 함유 기준을 재조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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