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 독점으로 고임금…”고용시장 왜곡우려”

금융공기업 독점으로 고임금…”고용시장 왜곡우려”

입력 2013-05-06 00:00
수정 2013-05-06 09:27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전문가들 “경쟁도 없어…국민정서 맞춰야”

이명박 정부 시절 강도높은 임금 억제책으로 수년간 ‘고난의 행군’을 했던 금융공기업들이 ‘신의 직장’으로서의 자존심을 회복했다.

5일 공공기관 통합경영정보공개시스템인 알리오(www.alio.go.kr)의 공시자료를 집계한 결과 금융위원회 소속 9개 금융공기업의 2012년 직원 평균 연봉은 8천700만원(십만원 단위에서 반올림)으로 삼성전자 평균연봉 7천만원보다 24% 높았다.

금융위 산하 금융공기업은 기술신용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코스콤,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정책금융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로 구성된다.

동종업계라고 볼 수 있는 시가총액 50위에 있는 금융그룹 중 핵심계열사 8개사(삼성생명·신한은행·국민은행·삼성화재·하나은행·우리은행·기업은행·삼성카드)의 지난해 평균 연봉(7천500만원)과 비교해도 1천200만원이나 높은 수치다.

◇’신의 직장’ 권좌 회복

금융공기업의 고임금 논란은 그동안 적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 금융공기업의 고임금 논란이 확산되자 정부는 이들 기업 신입직원의 초임 연봉을 20%까지 삭감하도록 했다. 기존 직원들도 수년간 임금이 동결되거나 삭감됐다.

실제 공시자료에 나타난 9개 금융공기업의 직원 평균연봉은 2008년 8천만원, 2009년, 8천100만원, 2010년 8천만원으로 정체상태였다.

기관별로는 한국거래소가 1억1천400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한국예탁결제원 1억100만원, 코스콤 9억5천만원 등이었다.

직원 불만이 늘고 신입직원의 이직률이 높아지자 금융공기업들은 “신의 직장이라는 표현은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회적 비난 여론이 수그러들고 임금 삭감에 대한 직원들의 내부반발이 이어지자 이들 기업의 직원 평균연봉은 2011년 8천300만원, 2012년 8천700만원으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신입사원 초임 연봉도 정부조치에 따라 2012년 대부분 삭감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 “통계적 착시일 뿐” 반발도

금융공기업은 공시자료에 나타난 높은 평균연봉이 통계적 착시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 일반 대기업의 직원 평균연봉에는 생산직 직원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종업계인 주요 은행·금융사의 평균연봉과 비교해도 금융공기업들의 임금 수준이 높아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낮다.

성별과 학력, 근속연수를 같게 놓고 보면 민간 금융권 종사자들과 비교해 임금 프리미엄(동종업계 경쟁임금을 초과하는 임금)이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민간 금융회사보다 금융공기업에 장기근속 근무자가 많아 평균연봉이 높게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회 예산정책처는 2011년 펴낸 ‘2010 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평가’ 보고서에서 “기관의 규모, 근속연수, 학력수준 차이를 고려해도 금융공공기관 대졸자의 평균급여가 민간 금융기업에 비해 1천53만원 높다”고 밝혔다.

고용안정성이 훨씬 높은데도 임금 수준은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유자금 많을수록 급여 높아

예산정책처는 같은 보고서에서 금융공기업의 급여가 높은 이유에 대해 “기관 규모가 크고 근속연수가 길며 학력 수준이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코스콤 등 여유자금이 많은 기관일수록 평균급여가 높은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은 지난해 평균연봉이 각각 1억1천400만원, 1억100만원으로 금융공기업 중 가장 높았다.

’노조효과’를 원인으로 지목하는 시각도 있다. 금융공기업 노조가 금융 산별노조에 속해 있어 임금 수준이 높은 민간 금융사들과 임단협에서 보조를 같이 같이한다는 설명이다.

정권에서 임명한 ‘낙하산 인사’ 기관장이 노조의 비위를 맞추다 보니 지속적인 임금인상이 이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 “국민 눈높이 맞춰야”

전문가들은 금융공기업들이 사회적 책무를 고려해 급여 수준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라영재 한국조세연구원 부소장은 “금융공기업의 임금 프리미엄이 그렇게 높지는 않다”면서도 “하지만 그 역시 국민 정서에서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간 금융사는 영업부담과 실적에 시달리는데 금융공기업은 영업과 실적부담에서 훨씬 자유롭다”며 “일반 국민 시각에서 양자가 비슷한 임금을 받는 것이 타당하냐는 질문에 금융공기업은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강승복 연구원은 “금융공기업이 기본적으로 고수익 구조라서 임금 수준이 높은 측면이 있다”며 “공공자본으로 설립된 공기업이라면 그 수익을 소비자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국민 정서상 옳다”고 말했다.

금융공기업의 고임금이 고용시장의 왜곡을 가져와 국민경제 입장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용성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창의적이고 우수한 청년 인재가 민간 영역에 많이 진출해야 국가경제에도 활력을 주는데 임금이 높고 안정적인 금융공기업으로 인재가 쏠린다면 국가 경제적으로도 부정적이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