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CEO 집단교체설 난무
증권사들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면서 각 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교체 여부에 증권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지난해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현대증권, 대신증권 등 주요 증권사가 대거 수장 교체를 마무리했기 때문에 올해 주총에서 물갈이 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2012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에 증권사들의 실적이 대거 악화해 사장 연임이나 ‘자리 지키기’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취임한 4대 금융지주 회장의 전면 교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CEO의 집단 교체설도 난무하고 있다.
◇ 실적 악화가 CEO 연임 걸림돌 되나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노치용 KB투자증권 사장, 고원종 동부증권 사장, 남삼현 이트레이드증권 사장, 조강래 IBK투자증권 사장, 제갈걸 HMC투자증권 사장 등 6명의 임기가 올해 주총을 끝으로 만료된다.
실적만 보면 임기가 만료되는 대표이사 가운데 고원종 동부증권 사장의 연임이 가장 안정권에 가깝다.
동부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908억원으로 전년보다 846% 증가했다. 이는 보유하고 있던 동부생명 주식 매각대금 603억원이 영업이익에 포함됐기 때문인데, 매각대금을 제외하고 남은 영업이익 305억원도 전년보다 218% 늘어난 금액이다.
동부증권 관계자는 “증권업이 전반적으로 침체한 가운데 실적이 좋아 사장이 한 차례 더 연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동부증권은 1년 단위로 사장 임기가 만료된다.
2007년부터 한국투자증권을 이끌어 온 유상호 사장의 연임도 확실시된다. 한국투자증권의 작년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6% 감소한 2천500억원이었지만 다른 증권사에 비해 양호한 수준이다.
HMC투자증권이 현대차그룹으로 편입된 2008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은 제갈걸 사장의 연임 여부도 주목된다.
제갈 사장은 자산 규모 4천억원대였던 회사를 4조원대로 키웠고, 투자은행(IB) 중심으로 영업구조를 탄탄하게 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2.1% 감소한 407억원으로 증시침체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남삼현 이트레이트증권 사장은 2008년 취임해 한 차례 연임했으나 전년보다 70.5% 급감한 작년 영업이익이 2회 연임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
조강래 IBK투자증권 사장은 2011년 취임 이후 첫 연임에 도전한다. 지난 회계연도까지 적자가 지속된 IBK투자증권은 이번에 영업이익 27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번 회계연도 성적과 모회사인 IBK기업은행의 의지가 조 사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4대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CEO 거취는
최근 4대 금융지주 회장이 줄줄이 사퇴하거나 연임을 포기하면서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사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올해 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노치용 KB투자증권 사장의 교체 가능성이 거론된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연임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만큼 KB금융지주 신임 회장이 결정된 후 노 사장의 거취가 논의될 수 있다.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다음 달 중순에는 새 회장을 내정한다는 계획이다. 새 회장은 이사회를 거쳐 7월 12일로 예정된 임시 주총에서 선임된다.
현대건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노 사장은 현대전자, 현대증권을 거쳐 산은캐피탈 사장을 역임했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 대표로 지내던 시절 6년간 비서실에 근무한 경력이 있다.
노 사장은 2010년 취임 첫해 회사를 흑자로 전환시켰지만 2012회계연도에는 3분기까지 부진한 성적을 냈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42.39% 감소한 177억원이었다.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인 우리투자증권의 황성호 사장, KDB대우증권의 김기범 사장, 하나대투증권의 임창섭 사장의 교체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이들은 지난해 취임하거나 연임해 임기가 많게는 2년 이상 남은 상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박종수 전 우리투자증권 사장도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취임 이후 1년 정도 자리를 지켰다”며 “금융지주 계열사 수장들이 다음 주총까지는 물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의 올해 주총에서는 상근 감사위원들의 선임·연임도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낙하산 인사’ 근절을 강조한 가운데 금융감독원 출신 상근 감사위원들이 올해 대거 임기 만료를 맞기 때문이다.
5∼6월 내로 임기가 끝나는 감사위원은 대부분 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금감원의 재취업 금지 규제가 강화되기 전 선임됐다. 그만큼 금감원 출신 상근 감사위원의 신규 선임이나 연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임기가 만료되는 금감원 출신 상근 감사위원으로는 김석진 한국투자증권 감사위원, 임승철 현대증권 감사위원, 이의성 신한금융투자 감사위원, 권정국 동양증권 감사위원, 김종철 신영증권 감사위원 등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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