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밀어내기’ 파문 확산…피해사례 속출

유통업계 ‘밀어내기’ 파문 확산…피해사례 속출

입력 2013-05-06 00:00
수정 2013-05-06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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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대리점주 추가 녹취 공개 시사

남양유업의 영업관리 직원이 대리점주에게 욕설을 퍼부은 녹음 파일이 공개되며 빚어진 파문이 유통업계 전체의 ‘밀어내기’ 관행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검찰이 수사에 나선데다 결과에 따라 공정거래위 등 관계당국의 시정 조치도 가능한 만큼 이번 사태가 업계 전반의 잘못된 관행에 제동을 걸수 있을 지 주목된다.

남양유업대리점연합회 피해자 회원 10여명은 6일 중구 남대문로 남양유업 본사에서 물량 떠넘기기와 폭언 파문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1차로 공개한 욕설과 물건 떠넘기기 녹음 이외에 다른 밀어내기 사례들과 떡값 요구 관련한 파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만간 추가로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중앙지검도 남양유업 본사와 대리점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영업 관련한 부분에 수사를 집중, 관련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일체를 복사해 간 것으로 전해진다.

게다가 논란이 확산되며 대리점 체제를 기본으로 하는 유통업계 전반에 비상이 걸리고 있다.

당장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남양유업을 비롯한 유업계의 관행이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우유와 분유 제품은 유통기한이 짧은데다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여서 영업 확대에 어려움을 겪어 온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게다가 대부분 100여개 수준인 다른 식품업계와 달리 대리점수도 1천500여개여서 대리점의 매출 구조도 극히 취약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대리점의 규모가 크고 지역 장악력이 세면 본사에서 함부로 무시하기가 쉽지 않다”며 “유업계의 경우 워낙 대리점 숫자가 많고, 영업 경쟁이 치열해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녹취록이 불거지기 이전부터 남양유업은 일부 대리점주와 반목을 거듭해 온 게 사실이다. 남양은 경쟁사인 매일유업과도 주기적으로 ‘제 살 깎아먹기 식’ 비방전을 벌였다.

업계 안팎에선 남양유업 대리점에서 문제가 터졌지만 기본적으로 대리점이라는 영업망 자체를 운영하는 제조업체라면 어디나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이 확장되면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정체 상황에서 매출을 늘리려면 결국 영업에 압박이 가해질 수밖에 없고 이는 대리점에 전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소비재의 경우 최근에는 대형마트나 편의점 매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동네 슈퍼마켓 판매도 만만치 않아 여전히 대리점 영업을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심도 지난해 이미 특약점계약을 체결한 도매상인들에게 매출 목표를 책정하고 이를 채우지 못하면 판매장려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실이 드러나 공정거래위로부터 현재에도 조사를 받고 있다.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대리점 영업을 하는 제조업체는 어디든 밀어내기를 한다고 봐야 한다”며 “욕설과 폭언을 하는 경우는 제정신이라고 보기 힘든 상황이지만 대부분 목표를 채우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매출을 떠넘기는 일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업계 자체도 자정에 나섰다.

남양유업은 사장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한 데 이어 영업사원들을 대상으로 면담과 인성교육을 진행해 대리점 응대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판매직 파견사원의 투신 과정에서 관리직원의 매출 압력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은 롯데백화점도 제도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본사 소속 관리직원들을 대상으로 파견사원 관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협력업체 파견사원을 상대로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각종 힐링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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