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변협, 재소자의 치료받을 권리 토론회 열어
‘여대생 청부살해 사건’의 주범인 윤모(68·여)씨가 수감생활 대신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형집행정지를 내릴 당시 단 한 차례도 관련 심의위원회가 열리지 않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이석배 단국대 법대 교수는 23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열린 ‘재소자의 치료받을 권리’ 토론회에서 형집행정지 심사가 지나치게 형식적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형집행정지 결정과정은 단 한 명의 의사가 발부한 진단서만으로 검사의 형식적 심사를 통해 결정한다. 2010년부터 전문가가 참여하는 형집행정지심의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지만, 심의위원회가 법적기관도 아니어서 심의위원회의 의견은 참고자료로 활용되는데 그쳤다.
이 교수는 “(윤씨의 경우는) 의사 한 명의 진단서로 형집행정지심의위원회가 한 번도 열리지 않은 채 형집행정지와 연장결정이 내려졌다”며 “의사가 허위진단서를 작성, 교부하는 경우에는 검사가 실질적인 진단서의 내용을 판단하기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질병을 이유로 한 형집행정지 심의에서는 복수 의사의 진단서를 첨부하도록 하고 2인 이상의 감정인 의견이 일치하는 경우에만 심의위원회에서 심의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또 “우리나라 고위층의 형집행정지 신청 진단서에 빠지지 않는 것이 우울증, 당뇨병”이라며 “우울증은 보호실 수용, 당뇨병은 외부 진료 등의 방법을 먼저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도 이같은 문제점을 파악하고 형집행정지 결정과정에서 심의위원회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토론회에서는 윤씨의 주치의인 박모(54)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유방외과 교수가 수십 차례에 걸쳐 진단서를 발급한 것은 의료 관례와 상식에서는 볼 수 없는 사안이라는 의료계 지적도 나왔다.
손영수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 위원장은 “수감생활을 할 수 없다는 요지로 발급한 진단서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점은 대학병원의 교수직에 있는 전문의가 전문 진료과의 교수들의 협진 의견과 진단 소견을 반영하지 않고 임의적·독자적인 평가를 담아 하나의 진단서를 수차례 지속적으로 발급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의사의 윤리·법리적 의무에 따르면 환자의 진찰 소견이 하나의 전문 진료과에 한정되지 않은 경우에는 협진을 의뢰하고, 부득이하게 한 진단서에 모든 질환을 기술하더라도 협진한 전문의료인의 진단 내용을 변경하거나 멋대로 추가할 수 없다.
하지만 박 교수는 내분비내과·신경외과 등 협진의가 ‘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고 소견을 제출했음에도 수감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서를 재발급했다.
손 위원장은 이에 대해 “허위진단서 인정 여부를 떠나서 의료라는 전문직업상 인정되는 진단서 발급의 관례와 상식에서는 볼수 없는 내용”이며 “의료윤리 측면에서 요구되는 행동규범에 현저하게 미달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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