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 의원입법 발의해 내년 7월 설립금감원 노조 “정책 실패 역대 금융 수장에 소송”
정부가 동양그룹 사태 등 금융소비자 보호가 미흡하다는 판단 아래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금융감독원과 야당 일부에서는 금융 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의 동반 개편을 요구하는 상황이어서 감독 체계를 둘러싼 치열한 다툼이 재연될 전망이다.
금감원 노동조합은 카드 대란, 저축은행 사태, 론스타 사태 등을 방치한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의 역대 수장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등 초강수를 둘 계획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순 의원 입법 형식으로 국회에 감독체계 개편안을 상정, 내년 7월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발족할 방침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과 협의도 거의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최근 동양 기업어음(CP) 사태를 놓고 금융당국 책임론이 대두한 만큼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분리할 명분이 충분해졌다는 판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의원 입법으로 조속히 감독 체계 개편을 처리하기로 했다”면서 “내달 법안 심사를 거쳐 순조로우면 내년 7월 중에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의원 입법으로 제출되는 감독 체계 개편안은 기존 정부안이 대부분 반영된다.
금감원에서 소비자보호 기능 등을 떼어내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금감원의 금융소비자보호처 조직뿐만 아니라 은행, 보험 등 감독 권역의 인력도 금융소비자보호원에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소비자보호원은 금융민원 및 분쟁 조정 처리, 서민금융 지원, 금융상품 판매 관련 영업행위 감독을 맡는다. 국민행복기금 등 서민금융제도, 불법 사금융 단속, 대부업 검사 및 상시 감시 등도 담당한다.
금융사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권 및 검사권도 갖는다.
다만, 금감원과 협의를 통해 중복적 자료 청구 및 수검 부담을 줄이도록 했다.
금융위는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과 함께 현재 국회에 제출된 금융소비자보호법도 통과시켜 소비자 보호 체계를 공고히 할 방침이다.
그러나 민주당 등 일부 야당 의원은 감독 체계의 몸통인 금융위도 개편 대상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금융위를 뜯어고치는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금융위의 정책·감독기능을 분리해 금융감독만 전담하는 금융감독위원회를 설치하고 별도의 금융소비자보호기구를 신설하는 내용이다.
금감원은 정부 눈치를 보느라 공개적인 태도 표명을 꺼리지만 불편한 기색은 역력하다.
최수현 금감원장 취임 이후 소비자 보호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현장출동 민원조사반 운영, 금융민원 절반 줄이기 등 노력해온 상황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노조는 감독 체계 개편에 앞서 과거 금융 정책의 실패에 대한 책임부터 따져야 한다며 역대 금융위, 금감원 수장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노조 관계자는 “저축은행, 론스타, 카드 대란 사태에 대한 충분한 책임 규명이 안 된 상태에서 제대로 된 감독 체계 개편은 불가능하다”면서 “당시 수장인 김석동 금융위원장 등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고 모든 걸 파헤치겠다”고 경고했다.
금융사들은 기존에도 금융위와 금감원의 이중 감독으로 힘든 상황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까지 만들어지면 삼중 규제를 받게 된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보호원이 신설되면 3개 기관의 집중 감시를 받게 되는 셈”이라면서 “시어머니가 3명이라면 과연 살아남을 며느리가 있겠냐”고 볼멘소리를 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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