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파이낸셜대부, 무담보 대출 얼마나 ② 현재현 회장 사기성 CP 발행했나 ③ 계열사 무분별한 CP 돌려막기 왜
금융감독원이 8일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 가운데 동양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막기 위해 불법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섰던 정황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각각의 사안들이 금융질서를 해치고 주주나 채권자 등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는 행위들이어서 대규모 검찰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으로 검찰에서 규명해야 할 의혹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첫 번째는 동양 계열사끼리 무담보로 대출해주는 등의 부당한 자금 지원이 어느 정도까지 이뤄졌느냐다. 이는 금감원이 수사 의뢰한 내용이다. 동양증권의 자회사인 동양파이낸셜대부는 최근 ㈜동양과 동양시멘트, 동양생명에서 각각 350억원, 100억원, 200억원을 빌렸다. 이후 지난해 말부터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던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에 각각 290억원과 420억원을 빌려줬다. 이후 이 2개 회사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동양과 동양시멘트는 상장사이기 때문에 동양인터내셔널 등에 직접 지원하면 배임이 된다. 따라서 동양파이낸셜대부가 ㈜동양 등을 대신해 지원해 줬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또 동양파이낸셜대부는 대부업체라 대주주 신용공여한도가 없어 편법 자금 지원 창구로 이용되기 쉬웠다. 금감원 관계자는 “동양파이낸셜대부가 직접 지원해 주는 형식 자체는 불법이라고 보기 어려울 수 있지만 아무런 담보 없이 부실 계열사에 지원해 준 데 대해 의혹이 있어 수사 의뢰를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현 회장의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의혹이다. 동양그룹은 ㈜동양이 가진 동양시멘트 지분을 담보로 지난 7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1569억원 규모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을 발행했다. 문제는 이 중 1000억원가량이 동양그룹 위기설이 나온 9월 들어 집중적으로 발행됐고 동양시멘트는 지난 1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점이다. 동양증권에서 동양그룹 계열사는 튼튼하다며 투자자들이 이를 사게끔 독려한 정황과 동양시멘트가 법정관리를 신청할 만큼 부실하지 않았다는 점, 동양시멘트 법정관리 신청을 정당한 절차 없이 현 회장 등 소수만 알고 결정했다는 점이 향후 검찰에서 집중적으로 규명돼야 할 대목이다.
세 번째 의혹은 그룹 상황이 안 좋아졌음에도 계열사에서 무분별하게 CP를 발행하고 이 물량을 계열사끼리 돌려 막기를 했다는 것이다.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는 오리온이 동양그룹의 지원 요청을 거절한 이후와 법정관리 신청 직전 영업일에도 CP를 발행했고 이 물량을 계열사들끼리 돌려 막았다. 개인 투자자 피해 없이 계열사가 모든 것을 소화했다 하더라도 경영진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계열사 간 지원 목적으로 CP를 발행했다면 배임죄 소지가 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2013-10-0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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