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두 개의 조직’ 끝없는 갈등에 자멸

동양그룹 ‘두 개의 조직’ 끝없는 갈등에 자멸

입력 2013-10-09 00:00
수정 2014-06-1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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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현 회장의 전략기획본부, 이혜경 부회장 라인 김철 대표 구조조정·인사 사사건건 충돌

현재현(64) 동양그룹 회장에 대한 검찰 소환이 임박해지면서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동양의 환부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동양의 파산은 현 회장 중심의 공조직인 전략기획본부와 이혜경(60·현 회장 부인) 부회장의 친위세력인 김철(39) 동양네트웍스 대표 간의 갈등과 불신이 곪아 터진 결과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재계 및 동양그룹 측에 따르면 동양에는 두 개의 조직이 있었으며 조직 간 충돌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승자는 ‘실세’인 창업주의 딸(이 부회장) 쪽이었다.

현 회장과 이 부회장은 성격 자체가 달랐다. 현 회장은 화를 내거나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기보다는 경청하는 스타일이었고, 이 부회장은 상대적으로 괄괄한 성격으로 그룹의 크고 작은 일에 관여했다. 김철 대표는 이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사실상 ‘왕(王)사장’ 노릇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회장이 힘을 실어줬던 그룹의 컨트롤타워 전략기획본부도 김 대표의 위세에 눌려 제대로 기를 펴지 못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전략기획본부는 부사장급 본부장 밑에 인사·재무·기획·홍보파트가 집결된 동양그룹의 심장부다. 김 대표가 오기 전 4~5년씩 자리를 지켰던 전략기획본부의 임원들은 김 대표 라인과 번번이 부딪쳐 축출되는 상황이 연출됐다.

동양 측은 “전략기획본부는 백전백패였다”고 밝혔다. 한 직원은 “김 대표 쪽은 공조직의 일이 미진하다는 점을 부각시킨 뒤 인사권을 가지고 장난을 쳤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 부회장이 디자인 관련 자문을 받으면서 같이 일하자고 자연스럽게 제의해 동양에 입성했다. 처음에는 외곽조직에서 일하다가 2010년 5월쯤 정식 입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현재 이번 사태가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현 회장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면 소환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동양의 한 임원은 “김 대표가 전횡을 저지르면서 사익 편취 행동을 한 게 적지 않다”며 “그렇지만 에비던스(증거)를 제시하는 것은 현 회장과 이 부회장 등에 칼을 꽂는 것이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못하지만 검찰수사가 진행되면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억울함을 강변하고 있다. 자신에 대한 의혹이 쏠리자 보도자료를 내고 “2008년 입사 때 이미 그룹 전반에 기업어음(CP) 문제가 나온 상태여서 CP 발행 개입이나 인사 개입·경영권 간섭 등은 말이 안 되고, 골프장 매각에 반대한 것은 현금 창출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동양네트웍스 법정관리에 대해서는 “계열사 매출 의존도가 60%인 상태에서 자금난에 몰린 그룹으로부터 받지 못하게 될 채권이 1000억원에 이르렀다”며 필연성을 강조했다.

한편 현 회장은 동양시멘트 등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검찰 소환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관계자는 “성북동 자택과 제3의 장소에서 일부 변호사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2013-10-0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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