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개인투자자들, 계약서 보고 두번 운 사연

동양그룹 개인투자자들, 계약서 보고 두번 운 사연

입력 2013-10-09 00:00
수정 2013-10-0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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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직원들 기업어음 불완전판매 실태 ‘기상천외’

동양그룹 회사채 투자자들 사이에서 동양증권의 투자계약서 작성 방식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동양그룹 회사채·기업어음(CP) 투자 피해자들은 9일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형성된 ‘동양그룹 채권자 비상대책위원회’를 대표성 있는 단체로 만들고자 위임장 등 관련 서류를 비대위행정 본부에 제출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동양그룹 회사채 투자자의 상당수가 자신이 거래한 지점에서 투자계약서 사본을 복사한 뒤 자신도 모르는 계약서에 자신의 서명이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고 토로했다.

동양인터내셔널 CP에 투자한 A씨는 동양증권 직원으로부터 “앞서 투자한 것과 똑같은 상품이니 투자자금을 당장 사용할 것이 아니라면 3개월 연장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이 직원은 전화 통화를 통해 A씨에게 이같이 권유한 뒤 관련 계약서 2장을 우편으로 보냈고, A씨는 형광펜으로 표시된 부분에 서명했다.

그러나 전날 A씨는 비대위에 서류를 제출하기 위해 해당 지점을 직접 방문해 계약서 사본을 확인한 뒤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앞서 우편으로 받은 계약서는 2장뿐이었지만 직원이 내놓은 계약서에는 동양인터내셔널의 투자부적격 신용등급, 자본잠식 상태, 투자 손실 발생 시 동양증권의 책임은 없다는 내용 등이 포함된 설명서가 첨부돼 있었다.

A씨는 “분명히 우편으로 받아본 서류는 휑하기만 했는데 지점에서 받은 사본은 온갖 설명들로 빼곡했다”며 “만일 이런 투자위험을 사전에 알았다면 절대 서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경험을 한 사람이 A씨 뿐만은 아니다.

동양그룹 회사채 투자 피해자들의 인터넷 카페에는 ‘계약서 사본을 확인해보니 서명할 당시에는 공백이었던 부분이 상품설명 내용으로 대체돼 있어 황당했다’는 내용의 글들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이에 대해 동양증권 측은 “회사가 이런 방식의 불완전 판매를 조직적으로 지시한 적은 결코 없다”면서 “다만 현재로서는 각 지점 영업직원의 판매방식을 일일이 확인하기는 어려우므로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유형의 불완전판매는 입증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이자 법무법인 정률의 이대순 변호사는 “그나마 이메일로 투자계약서를 주고받았다면 투자자에게 원본이 남아있겠지만 우편을 이용했다면 입증에 필요한 원본을 동양증권이 보관하는 셈이어서 입증이 어렵다”고 말했다.

만약 CP 투자를 권유하는 과정에서 직원이 ‘만기 연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면 이 역시 불완전판매에 해당된다.

이 변호사는 “CP는 만기가 짧고 발행할 때마다 신용등급을 새로 받기 때문에 동일한 회사가 발행하더라도 새로운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라면서 “CP에 대해 ‘만기 연장’이라는 표현은 잘못된 설명”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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