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약관준수 원칙 우선”
자살에 대한 보험금 지급 기준을 놓고 ‘재해 사망’과 ‘일반 사망’으로 심사숙고하던 금융당국이 재해 사망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상식적으로는 자살을 재해 사망으로 볼 수 없지만, 보험사들은 2010년 4월 표준 약관 개정(자살면책 기간 2년을 넘긴 고객이 자살하면 일반 사망으로 간주) 전까지 자살을 재해 사망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명시해 왔다. 보험사들은 이에 대해 “약관상 실수”라며, 그동안 일반 사망 기준으로 자살 보험금을 지급해 오다가 보험금 미지급 사례로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보험금은 재해 사망이 일반 사망보다 2배 이상 많다. 이에 따라 향후 생명보험업계가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자살 보험금이 최대 1조원으로 추산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다음 달 제재심의위원회에 ING생명이 2003~2010년 재해사망 특약을 맺고 2년 후 자살한 90여건에 대한 보험금 미지급(200억원) 건에 대한 제재안을 올릴 예정이다. 약관대로 지급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셈이다. 자살 조장이라는 사회적 문제가 우려되지만 보험 약관 준수라는 원칙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법원은 2007년 약관에 오류가 있더라도 보험금은 약관대로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약관 위반인 만큼 제재심의위의 정식 안건으로 올려 논의를 해보겠다는 취지”라면서 “최종 결론이 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ING생명의 제재 심의를 통해 최종 결론이 나면 이를 근거로 다른 생명보험사들을 지도할 방침이다. 보험업계로서는 ‘약관 베끼기’ 관행 탓으로 줄줄이 천문학적인 보험금을 토해내야 할 상황에 몰렸다. 소급 적용해서 추가로 지급해야 할 자살 보험금만 4000억~5000억원 수준이다.
향후 지급해야 할 자살 보험금까지 포함하면 1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2014-05-1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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