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도 핀테크 혁명… ‘웨어러블 뱅킹’ 나온다

은행도 핀테크 혁명… ‘웨어러블 뱅킹’ 나온다

입력 2014-12-28 10:25
수정 2014-12-2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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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으면 시장 빼앗긴다” 위기감 속 핀테크 서비스 출시 봇물

정보통신기술(ICT)기업들의 핀테크(Fin-Tech·금융+IT기술) 공략에 맞서 은행들이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한 시장에서 신용카드 없이 스마트폰으로 결제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 시장에서 신용카드 없이 스마트폰으로 결제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대로 가다가는 거대한 모바일 금융 시장을 ICT기업에 모두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진 것이다.

정부도 은행권의 핀테크 혁신을 독려하고 나섰다. 세계 최초의 ‘웨어러블 뱅킹’ 등 새로운 핀테크 서비스가 속속 등장할 전망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내년 1월부터 삼성전자, 애플 등의 스마트 워치를 이용해 계좌 잔액과 거래내역을 조회하고 본인 인증을 할 수 있는 ‘웨어러블 뱅킹(Wearable Banking)’ 서비스를 실시한다.

이 서비스가 발전하면 계좌에서 돈이 들어오거나 빠져나갈 때, 신용카드 결제가 이뤄질 때 등에 모바일 계좌의 변동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게 된다. 거래를 자주 하는 상대방에게 버튼 하나로 돈을 보낼 수 있는 ‘간편 이체’ 서비스까지 조만간 도입된다.

정재헌 농협은행 e뱅킹팀장은 “스마트 워치를 이용한 간편 이체 서비스는 최근 핀테크의 중심으로 떠오른 뱅크월렛 카카오보다 쉽고 편리한 서비스”라며 “이러한 각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뱅킹은 농협은행이 세계 최초”라고 밝혔다.

농협은행은 인터넷 전문은행의 전 단계인 ‘스마트 금융센터’도 내년 4월까지 구축키로 했다.

지역별, 연령별, 계층별로 세분화된 사이버 지점에서 고객별 전담직원이 ICT기술을 이용, 고객과 스마트폰 화면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상품 가입이나 투자전략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농협은행은 갈수록 줄어드는 오프라인 지점의 인력을 스마트 금융센터에 집중적으로 배치해 고객별 개인 상담을 하도록 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발전시킬 예정이다.

앞서 기업은행도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 의지를 밝힌 만큼 은행권의 인터넷 은행 설립이 잇따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젊은 세대 중심으로 급격하게 고객이 모바일로 이동할 수 있는 만큼 은행도 준비를 해야 한다”며 “기업은행도 인터넷 전문은행을 자회사 형태로 시작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직접 핀테크 전략을 챙기는 국민은행은 핀테크를 활용해 ‘PB(프라이빗뱅킹)의 모바일화’를 꾀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고객의 소득과 직업, 연령대는 물론 자산 규모와 구성, 거래내역 등까지 분석하는 ‘빅 데이터’를 활용해 해당고객에게 맞는 최적의 재테크·투자전략을 수립한 후 모바일 계좌를 통해 제시한다는 전략이다.

예컨대 최근들어 여윳돈을 가진 사람들의 관심이 많은 회사채나 기업어음(CP) 투자의 경우 구체적인 채권·어음 발행시기 등을 파악해야 하므로 부자 고객 위주의 PB센터를 통하지 않으면 투자에 나서기 쉽지 않다.

하지만 평소 온라인 상담 등을 통해 고객의 투자 의지와 여력을 파악했다면, 투자 적기가 왔을 때 은행이 모바일앱으로 즉시 알려 고객이 손쉽게 투자하도록 만들 수 있다.

국민은행 스마트부의 전승수 팀장은 “최근 핀테크의 흐름은 ‘간편성’과 ‘즉시성’에만 너무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빅 데이터로 불리는 방대한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할 수 있는 은행은 기존 금융 서비스의 한계를 뛰어넘는 ‘확장성’을 핀테크에 접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현재 스마트금융부 산하인 핀테크 조직을 별도 전담부서로 독립시키고, 다음카카오는 물론 네이버의 ‘라인페이’ 등으로 제휴를 확대할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내년 2월 리모컨으로 버튼만 누르면 홈쇼핑에서 방송 중인 물건을 쉽게 살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한다.

TV 셋톱박스에 은행에서 발급받은 현금IC카드를 꽂거나 전용계좌에 대금을 이체해 충전한 후 결제하면 된다. 1회 최대 충전한도는 50만원이며, 실명 인증을 거치면 200만원까지 충전해 쓸 수 있다.

우리은행은 내년 초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스마트 아파트론’을 출시한다.

이는 대출 상품 중 가장 복잡하고 까다로워 모바일 뱅킹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됐던 주택담보대출마저 모바일화한 상품이다. 기존에 오프라인 지점 방문이 필수였던 대출약정서와 근저당계약서 작성 또한 모바일로 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능을 갖췄다.

우리은행은 최근 핀테크 사업부를 신설했으며, 신한은행도 핀테크 전담 조직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시중은행들은 ‘뱅크월렛’ 등 송긍과 결제의 간편성에 초점을 맞춘 IT업체들의 핀테크 전략에 맞서, 계좌이체 등도 최대한 간소화한다는 전략이다.

공인인증서, 보안카드, 휴대전화 메시지 확인 등 3중으로 짜여진 현재의 보안 체계가 핀테크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비밀번호 하나만으로 송금과 결제 등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조만간 선보일 계획이다.

한 시중은행 신사업 담당 임원은 “모바일 플랫폼을 선점하고 있는 ICT기업들의 공략도 거세지만, 거대한 고객 기반을 갖춘 은행들의 역량을 무시해선 안 될 것”이라며 “내년 초부터는 은행권에서 새로운 핀테크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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