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뇌전증 환자 117명 조사 결과

흔히 간질로 알려진 뇌전증 환자 10명 가운데 4명이 두통에 시달리고 있으며 심한 경우 우울한 감정에 빠지거나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홍승봉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팀은 지난해 4~9월 병원 외래 뇌전증 환자 117명을 대상으로 두통이 나타나는 양상과 정신적 증상(우울·불안·자살 충동성)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뇌전증과 행동’(epilepsy and behavior) 최근호에 게재됐다.

뇌전증은 뚜렷한 원인을 알 수 없는 발작이 반복적이고 만성적으로 나타나는 신경계 질환이다.

연구팀이 뇌전증 환자의 두통 여부를 조사한 결과 41.2%(73명)에서 증세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전증 환자의 두통은 발작 시점을 기준으로 구분되는데 발작 전·후에 발생한 두통이 22%(39명), 발작과 발작 사이에 일어난 두통이 11.9%(21명)를 차지했다.

두 가지 유형의 두통이 모두 발생한 환자는 7.3%(13명)를 차지했다.

이처럼 두통이 있는 뇌전증 환자는 우울과 불안증세와 관련된 척도 점수가 두통이 없는 환자들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두통이 있는 그룹의 우울감검사(BDI) 점수는 12점이지만 두통이 없는 그룹은 8점에 그쳤다. 불안감검사(BAI) 점수 역시 두통이 있는 그룹은 5점으로 두통이 없는 그룹(5점)보다 높게 나타났다.

두통의 유형에 따른 정신적 영향을 보면 발작과 발작 사이에 나타난 두통은 우울증세와 관련이 있었고, 발작 후 두통은 우울, 자살경향성과 상관관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홍승봉 교수는 “뇌전증에서 두통은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지만 환자 대다수가 치료를 받지 않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뇌전증 환자에게서 발생한 두통의 특성을 파악하고 정신적 증상과 연관성을 밝혔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적절한 약물처방 등 적극적으로 뇌전증 환자의 두통을 관리하면 우울, 불안, 자살 충동성을 호전시킬 수 있다”며 “이런 이유로 대한뇌전증학회에서도 뇌전증과 두통 진료지침을 제작하고 치료를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