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홍 산업부 기자
국내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폭스바겐코리아는 디젤 사태가 발생한 직후인 지난해 10월 판매량이 전년 같은 달 대비 46.2%까지 떨어졌습니다. 최다 판매 모델 1위를 놓치지 않았던 티구안은 10위 안에 이름도 올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디젤 사태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그다음 달인 11월 자체 최다 월 판매 기록을 갈아 치우며 4517대를 판매했습니다. 전체 수입차 중에서도 가장 많은 판매량이었습니다. 60개월 무이자 할부라는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앞세운 결과였습니다. 국내 소비자들은 기업윤리를 저버린 폭스바겐의 배신보다 당장의 할인율 앞에 무너졌습니다. 할인 폭이 줄어든 12월에는 판매량이 주춤하긴 했지만 전년 같은 달에 비해서는 9.4% 줄어든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폭스바겐의 파격 세일 전략이 정확하게 들어맞은 셈입니다.
하지만 디젤 사태가 일어난 미국에서는 상황이 다릅니다. 미국에서 지난해 폭스바겐의 디젤차량 판매는 10월 1879대, 11월 201대로 추락한 데 이어 지난 12월에는 76대까지 떨어졌습니다. 이는 폭스바겐이 미국에서 문제가 되거나 조사 중인 디젤차량의 판매를 전면 중단했기 때문입니다. 디젤 사태 직전까지 폭스바겐은 8월 한 달간 8688대를 판매할 만큼 미국 시장에서 세력을 넓히고 있었습니다.
폭스바겐의 안방인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12월 유럽 전체 자동차 시장이 17% 커졌지만 폭스바겐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5.8%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원하는 차를 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는 것은 소비자의 당연한 선택입니다. 하지만 폭스바겐이 지탄을 받았던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를 속이고 기업윤리를 저버렸다는 데 있습니다. 윤리를 저버린 기업에 관대한 시장에서 기업들이 윤리를 지켜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한국 시장이 쉽게 느껴지는 한 국내 수입차 시장의 고질적 문제인 고가의 수리비와 불친절한 애프터서비스의 개선은 요원할 겁니다.
박재홍 산업부 기자 maeno@seoul.co.kr
2016-01-20 2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