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 돌아온 푸틴과 러시아의 강대국 외교/류진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 교수

[글로벌 시대] 돌아온 푸틴과 러시아의 강대국 외교/류진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 교수

입력 2012-03-26 00:00
수정 2012-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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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즈 베이징대학 교수
류진즈 베이징대학 교수
푸틴이 돌아왔다. 지난 4일 치러진 러시아 대통령선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63% 이상의 득표율로 승리했다. 미국과 서방은 그의 승리를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태도다. 민족주의와 강력한 러시아를 들고 나서는 푸틴에 부담스럽다는 태도다. 그렇다고 러시아의 외교정책이 근본적으로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러시아는 (미국의)단극 패권을 반대하고 세계질서의 다원화를 주장해 왔고,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푸틴은 “국제정치·경제질서가 러시아를 배제하거나 러시아 이익에 반하는 방향으로 결정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미국이 우월적인 핵 패권 지위를 갖도록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국제문제에서 미국과 서방의 추종자가 되지 않을 것임을 강조해 왔다.

미국에 의한 단극 세계체제가 전지구적인 안정을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새 중심 세력은 형성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은 뜻이 맞는 파트너들과 함께 사안별, 시기별로 공동전선을 펴나가겠다고 천명했다. 외교적 노력을 통해 러시아의 뜻에 반하는 국제환경의 변화를 막아 나가겠다는 것이다. 푸틴 외교정책의 향배는 중국과 미국이란 두 강대국과의 관계에 상당부분 달려 있다.

중국은 푸틴의 귀환으로 중·러 간 ‘전면적인 협력동반자 관계’가 더욱 착실하게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푸틴은 ‘러시아와 변화 중의 세계’라는 글 중에서 처음으로 러시아와 아시아·태평양의 관계를 유럽이나 미국관계보다 앞에 놓았다. 중국을 포함한 아·태 지역을 러시아 외교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추진해 나가겠다는 뜻이다. 푸틴은 “중국의 발전은 위협이 아니라 도전이며, 러시아의 발전을 자극하고 촉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번영되고 안정된 중국을 원하고, 중국은 강하고 성공적인 러시아를 필요로 한다.”고 덧붙였다.

푸틴의 러시아가 중국과의 관계 발전을 위해서는 넘어서야 할 산들이 있다. 커지고 강해진 중국의 성장을 받아들이고, 중국과의 관계를 변화된 상황에 맞게 재설정해야 하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 및 러시아 동맹국 등 외부 간섭에 말려들지 않는 일이다. 교류 확대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갈등을 줄이고, 해결 통로를 확대하는 일도 필요하다.

푸틴이 대미 관계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지만 단기적으로 미·러 관계는 개선되기 어렵다. 미국이 올 연말 대통령 선거를 위한 과정에 들어섰고, 미국 국내 정치의 필요성에 의해 러시아에 대한 공격과 비우호적인 분위기가 확대될 것이다. 반면 푸틴은 국내 정치적 입지 확보를 위해 강한 러시아, 강경한 외교정책을 전처럼 추진할 것이다. 대등한 자리를 요구하는 푸틴의 자세는 이를 꺼리는 미국과 마찰이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푸틴은 미국과 사안별, 단계별로 이익 교환과 타협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두 나라는 탄도미사일 방위 문제 등을 둘러싸고 ‘늪’에 빠졌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가 유럽에서 건설하고 있는 탄도미사일 방위 시스템을 러시아는 전략적 위협으로 보고 “이 시스템이 러시아를 겨냥하는 것이 아님을 법적으로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이런 요구가 거절당하자 푸틴은 미국이 평형을 깨려고 하고, 절대적인 안보상 우위를 확립하려고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두 나라는 이란과 시리아 문제를 둘러싸고도 날카롭게 대치하고 있다. 지정학상 러시아는 시리아가 ‘또 다른 리비아’가 되도록 놔 두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당선자 푸틴이 ‘선거의 언어’로 향후 대미 관계를 처리해 나갈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미국은 핵 전력의 균형 유지와 아프간, 이란, 북한 핵 문제 등에서 러시아의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러시아도 경제체제를 국제사회에 더 안정적으로 진입시키기 위해서 우호적인 국제환경과 미국의 협조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두 나라의 관계가 순항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최소한 미국 대선이 끝난 뒤라야 가능할 것이다.

2012-03-2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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