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찌면 암이 생기거나 더 나빠지나요.” 환자나 가족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다. 과체중이 아무래도 건강에 안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 비만이나 과체중은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최근 발표 자료를 보면 비만 지표인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인 젊은 사람에게서 암 발생률이 높고 발생 시기도 앞당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다 흥미로운 점은 체중을 줄이면 암 발생 위험이 낮아지지만 정상 체중으로 감량해도 암 발생 위험이 과체중이나 비만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보다는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비만이나 과체중은 지속적으로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일으킨다. 지속적인 염증은 유전자 이상을 일으킬 가능성을 높인다. 일단 유전자 변화가 생기면 정상으로 되돌릴 수 없다. 비만은 암 진행속도도 높인다. 비만이 면역체계와 대사체계를 과도하게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다. 또 비만환자의 장내 세균총, 즉 ‘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도 암을 일으키는 데 한몫한다.
대장암은 67세 전후에 제일 많이 발생하며 가족성 대장암이 아니라면 50세 이전에는 잘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 발표된 자료에서 대장암 발생빈도가 지난 40여년 동안 50세 이상 인구에서는 매년 3% 정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식이습관 변화와 검진프로그램 때문으로 생각된다. 반면 20~40세 인구에서는 대장암이 매년 1.5%씩 증가하고 있으며 암이 빠르게 진행해 생존기간도 더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젊은 대장암 환자의 증가 원인 중 하나가 비만이다.
비만은 관련 없을 것 같은 혈액암에도 영향을 준다. 비만을 경험한 사람에게서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골수종’ 발생빈도는 2배 증가한다. 일반적으로 고령에서 발생하는 다발골수종이 최근 45세 미만에서도 늘어나고 있다. 어릴 때 자기 몸매를 그려 보라고 했을 때 둥글게 그린 사람이 다발골수종 발생 빈도가 높다는 흥미로운 보고도 있다.
‘살이 찌면 암의 진행이 빨라지느냐’는 질문의 답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가 적절할 것 같다. 아직 명확하고 충분한 근거자료를 축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추할 수 있는 자료들이 있다. 폐경 후 유방암, 대장암, 난소암, 자궁암, 신장암, 담낭암, 식도암, 췌장암 등은 비만과 큰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암종은 비만하면 발생률이 높아지고 진행속도도 빨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럼 이미 암이 있거나 치료를 받은 환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연구에서 비만은 암 치료 후 재발률을 높이거나 생존율을 낮추는 것으로 보고됐다. 따라서 암환자도 체중을 줄이는 것이 좋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암환자가 과체중이나 비만이 아닌 저체중이다. 이 경우 건강체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체중을 오히려 늘려 줘야 한다.
블루베리, 브로콜리, 녹차 등 소위 암에 좋은 음식이라고 알려진 것들은 과학적 근거가 거의 없다. 확실한 것은 신선하고 다양한 성분이 포함된 식이습관이 암 위험을 낮춘다는 것이다. 한 가지 식품을 한두 달 먹는다고 암 위험을 낮추지는 못한다.
그래서 적절한 체중관리가 더 중요하다. 잠깐 짬을 내서 본인의 체질량지수를 재 보고 25 이상이면 식이조절과 운동을 당장 오늘 저녁부터 시작해야 한다. 또 젊은 암환자는 흡연력처럼 비만력을 조사하고 비만이라면 적극적으로 검진을 시행해야 한다. 가정에서 적절한 식이습관을 갖도록 교육하고 학교 체육활동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대호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비만이나 과체중은 지속적으로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일으킨다. 지속적인 염증은 유전자 이상을 일으킬 가능성을 높인다. 일단 유전자 변화가 생기면 정상으로 되돌릴 수 없다. 비만은 암 진행속도도 높인다. 비만이 면역체계와 대사체계를 과도하게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다. 또 비만환자의 장내 세균총, 즉 ‘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도 암을 일으키는 데 한몫한다.
대장암은 67세 전후에 제일 많이 발생하며 가족성 대장암이 아니라면 50세 이전에는 잘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 발표된 자료에서 대장암 발생빈도가 지난 40여년 동안 50세 이상 인구에서는 매년 3% 정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식이습관 변화와 검진프로그램 때문으로 생각된다. 반면 20~40세 인구에서는 대장암이 매년 1.5%씩 증가하고 있으며 암이 빠르게 진행해 생존기간도 더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젊은 대장암 환자의 증가 원인 중 하나가 비만이다.
비만은 관련 없을 것 같은 혈액암에도 영향을 준다. 비만을 경험한 사람에게서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골수종’ 발생빈도는 2배 증가한다. 일반적으로 고령에서 발생하는 다발골수종이 최근 45세 미만에서도 늘어나고 있다. 어릴 때 자기 몸매를 그려 보라고 했을 때 둥글게 그린 사람이 다발골수종 발생 빈도가 높다는 흥미로운 보고도 있다.
‘살이 찌면 암의 진행이 빨라지느냐’는 질문의 답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가 적절할 것 같다. 아직 명확하고 충분한 근거자료를 축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추할 수 있는 자료들이 있다. 폐경 후 유방암, 대장암, 난소암, 자궁암, 신장암, 담낭암, 식도암, 췌장암 등은 비만과 큰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암종은 비만하면 발생률이 높아지고 진행속도도 빨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럼 이미 암이 있거나 치료를 받은 환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연구에서 비만은 암 치료 후 재발률을 높이거나 생존율을 낮추는 것으로 보고됐다. 따라서 암환자도 체중을 줄이는 것이 좋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암환자가 과체중이나 비만이 아닌 저체중이다. 이 경우 건강체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체중을 오히려 늘려 줘야 한다.
블루베리, 브로콜리, 녹차 등 소위 암에 좋은 음식이라고 알려진 것들은 과학적 근거가 거의 없다. 확실한 것은 신선하고 다양한 성분이 포함된 식이습관이 암 위험을 낮춘다는 것이다. 한 가지 식품을 한두 달 먹는다고 암 위험을 낮추지는 못한다.
그래서 적절한 체중관리가 더 중요하다. 잠깐 짬을 내서 본인의 체질량지수를 재 보고 25 이상이면 식이조절과 운동을 당장 오늘 저녁부터 시작해야 한다. 또 젊은 암환자는 흡연력처럼 비만력을 조사하고 비만이라면 적극적으로 검진을 시행해야 한다. 가정에서 적절한 식이습관을 갖도록 교육하고 학교 체육활동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2018-04-17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