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北 김정은 체제, 위기인가 기회인가/박정현 경제부장

[데스크 시각] 北 김정은 체제, 위기인가 기회인가/박정현 경제부장

입력 2011-12-23 00:00
업데이트 2011-12-23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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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쇠락을 예견한 대표적인 이는 프랑스의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다. 그는 저서 ‘미래의 물결’에서 2025년쯤에 세계 11대 강대국 명단에서 미국이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국가의 채무 증가, 달러화 가치 하락 등을 이유로 들었다. 아탈리가 책을 펴낸 2006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전조나 기미조차 없었다. 국제사회의 유일한 슈퍼 파워를 자랑하는 미국이 11대 강국에서 밀려난다는 예측은 당시엔 설득력 있게 들리지 않았다.

그의 경고가 나온 지 5년이 지난 올여름, 실제로 미국은 사상 처음으로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다. 강등의 이유는 아탈리가 제시한 것과 같다. 미국의 지위 하락을 예견한 그는 프랑스가 ‘프랑스의 대표적인 지성’이라고 자랑할 만하다. 아탈리는 새로운 일레븐 국가로 한국을 포함해 일본·중국·인도·인도네시아·러시아·호주·캐나다·남아프리카공화국·브라질·멕시코 등을 제시했다. 한국은 일레븐 국가 중에서도 강국의 반열에 들 것이라고 했다. 변수는 북한이라고 덧붙였다. 아탈리는 북한과 무력 충돌이 벌어지거나 북한 정권이 갑작스레 붕괴하는 일이 모두 한국에는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일 사망과 김정은 체제 등장은 우리에게 기회인 동시에 위기다. 김정일 체제는 멀리는 아웅산 테러와 대한항공 858기 폭파에 이어 지난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사건 등 대화보다는 주로 긴장으로 남북관계를 설정해 왔다. 김정은 체제가 김정일의 이런 스타일을 이어받을지는 미지수다. 그래서 김정은 체제는 남북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고 동북아 평화와 질서의 판을 짜기에 좋은 환경일 수 있다. 대립과 갈등이라는 냉전의 유물을 떨칠 수 있는, 60여년 만에 맞는 기회다.

북한의 안정은 남북한과 미·일·중·러 6자회담 당사자 모두의 희망이다. 김정은 체제의 동요는 동북아 정세 불안을 가져오고, 이는 당사국 이해관계의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당사국들은 김정은 체제 인정을 서두르는 듯한 인상이다. 후진타오 주석을 비롯한 지도부가 모두 문상을 하는 조문외교로 중국은 김정은 체제에 힘을 실어주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도 김정은 체제를 현실로 인정했다.

김정일 사망이라는 어둠이 걷히면서 북한 내부의 윤곽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북한은 주변국의 희망에 부응이라도 하듯, 아주 빠른 속도로 안정을 되찾아 가는 모습이다. 김정일 사망 발표 직전에 훈련 중지 및 소속 부대 복귀를 지시한 김정은의 ‘대장 명령 1호’는 완전한 군권 장악을 바탕으로 한다는 분석을 가능케 한다. 박정희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의 급서라는 엄중한 사태를 두 차례 겪은 남북한은 모두 예상했으면서도 급작스러운 김정일의 사망에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다.

외형적인 안정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위태위태한 요인을 내포하고 있다. 고 김일성 주석 출생 100년을 맞는 내년은 북한이 강성대국의 원년으로 삼고 있는 해다. 북한 주민들은 굶주림과 추위에 떨고 있다. 김정은은 김정일로부터 권력과 동시에 가난을 물려받았다. ‘고난의 행군’ 강요만으로는 보릿고개를 넘기에 겨워 보인다. 이런저런 불만세력이 창궐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외부에서 흔드는 일은 없겠지만 북한 내부에서 변화 욕구가 분출된다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권력투쟁이 벌어지는 날이면 통제불가능한 사태로 확산될지 모른다. 20대 후반의 청년 김정은의 손에는 핵무기가 쥐어져 있다. 그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최고의 유산이다.

남북관계를 긴장보다는 대화로, 갈등보다는 협력관계로 이끌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한반도의 장래와 운명을 가를 중대한 시점에 있다. 연평도와 천안함 사건에서 보여준, 허둥대고 어리숙한 위기대응으로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없다. 위기를 더 키울 뿐이다.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해 ‘개념계획 5029’ 등 우리의 대응 전략과 행동계획을 면밀히 점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위기관리능력은 내년 대선 후보들에게 요구될 또 하나의 코드이기도 하다.

jhpark@seoul.co.kr

2011-12-2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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