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청년수당, 속 보이는 대선행보라도 좋다/한준규 사회2부 차장

[데스크 시각] 청년수당, 속 보이는 대선행보라도 좋다/한준규 사회2부 차장

입력 2016-08-04 22:42
수정 2016-08-05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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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규 사회2부 차장
한준규 사회2부 차장
“‘취업 폐인’이에요. 누구 만나기도 싫어요. 집에서 숨 쉬는 게 눈치 보일 정도입니다.”

외사촌 동생이랑 오래간만에 점심을 먹는데 이렇게 말했다. 올해 28살이라는 녀석은 ‘대학교 5학년’이다. 지난해 졸업을 1년 미뤘다. 녀석은 많이 지쳐 있었다. 같은 과 동기들 대부분이 졸업을 미뤘단다. 학생 신분을 유지해야 인턴 제안이나 취업 정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해 56군데 이력서를 냈고, 30군데 면접을 봤어요. 제가 부족한 탓인지 취업이 안 됐어요.”

70명 동기 중 취업이 된 친구는 불과 3명이란다. 지난 6월 청년 실업률이 10.3%라고 발표했지만, 녀석을 보고 있자니 현실은 더욱 심각한 것 같다. 녀석은 서울 시내 있는 중상위권 대학에 다니고, 전공도 ‘광고홍보’로 입학할 때 인기가 높은 학과였다. 녀석은 이제 취업절벽에 아슬아슬 매달려 있다.

“형, 제가 그렇게 못나지 않았는데, 알아주는 회사가 이렇게 없을까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하소연은 점심시간 내내 이어졌다. 점심이 소화가 안 될 지경이다. “아직 젊잖아.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마”라고 위로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녀석 손에 5만원짜리 몇 장을 쥐여주었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청년 실업이 정말 심각하다. 정말 우리 집, 내 동생의 이야기다.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문제다. 미국 등 선진국은 더욱 무역의 장벽을 높게 세우고, 중국 등 신흥국의 고속 성장은 끝났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는 이제 설 땅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그러니 경제성장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새로운 고용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일자리가 없는 청년들은 새로운 직군인 ‘편의점 알바’를 평생 직업으로 여기는 지경이 되었다. ‘헬조선’ ‘N포 세대’ 라는 신조어는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청년 실업 해결에 여야 정치권이, 중앙과 지방정부가 따로따로 돌아가선 안 된다. ‘우리 딸’, ‘우리 아들’의 고통이라고 생각하고 우리 사회 모두가 참여해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한다. 국가적, 사회적 난제이니 말이다.

그러나 이런 바람은 헛되다. 정부와 서울시가 청년활동지원(청년수당) 사업을 두고 연일 난타전을 벌이고 있으니 말이다. 시정명령, 직권취소, 법정 소송 등 청년수당을 주려는 서울시와 막으려는 보건복지부의 공방은 아연실색이다. 사실 외사촌 동생의 한숨을 떠올리면 정부나 서울시 중 누가 더 잘못했나를 따지고 싶지 않다.

정부가 한 해 2조원 이상을 청년 일자리 사업에 쏟아붓고 있지만,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경제성장률 탓만 할 때가 아니다. 정부는 정책이 혹시 탁상공론은 아닌지 점검할 때다. 정책의 실패를 빨리 인정하고 새 판을 짜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도 있다. 미취업 청년의 절규에 귀 기울여야 정책적 상상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실험적인 ‘청년 수당’ 정책을 과감히 차입할 수도 있다. 야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선점했다는 꼬리표에 신경 쓸 때가 아니다.

114만여명의 20대 서울 거주 젊은이 중 장기 미취업인 50여만명이다. ‘고작 3000명’이니 ‘언 발에 오줌 누기’라고 비난할 때가 아니다. 수렁에 빠져 있는 청년들은 우리 사회가 도움의 손을 내밀어야 벼랑 끝에서 기어올라올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청년수당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속 보이는 대선 행보’라도 개인적으로는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청년의 눈물을 닦아주는 제2, 제3의 단체장과 정책들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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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mbnail - 김길영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대표의원 “일하는 의회, 정책으로 승부할 것”

hihi@seoul.co.kr
2016-08-0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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