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손톱밑 가시 뽑기와 ‘안전규제’는 별개다

[사설] 손톱밑 가시 뽑기와 ‘안전규제’는 별개다

입력 2013-05-06 00:00
수정 2013-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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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유해화학물질 관리법’개정안이 여야 간 의견 차이로 진통을 겪고 있다고 한다. 지난 1월에 이어 지난주 삼성전자 화성공장에서 또다시 불산누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이 법안의 국회 통과 여부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여야는 제 입장만 주장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법사위는 오늘 법안심사 제2소위를 열어 개정안에 대한 심사를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 안전을 위한 처벌규정을 마련하는 일인 만큼 합의점을 도출하기 바란다.

개정안은 유해물질 배출 기업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여야 간 쟁점이 되는 부분은 유해물질 누출 사고 기업에 매출액의 최고 10%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새누리당은 지나치게 과도한 규제라며 제동을 걸고 있다. 수급인의 위반행위를 도급인의 위반행위로 간주하도록 한 조항도 ‘책임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기업 편들기를 하고 있다며 반발한다.

사고 예방과 재발방지를 위해 유해물질 누출 기업을 엄하게 벌주는 규제조항을 신설하는 데 반대할 명분은 별로 없다. 하지만 매출액의 최고 10%를 과징금으로 내라는 것은 기업의 입장에서는 치명적인 ‘무리한’ 규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새누리당은 이러한 규제의 과도함을 지적할 수는 있지만 규제 신설 자체를 없던 일로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민주당 또한 명분에 사로잡혀 기업을 문닫게 할 수도 있는 수준의 무리한 규제 조항을 강행하려는 발상을 접어야 할 것이다.

소모적인 논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 ‘과징금 부과액을 매출액 대비 1~3%수준으로 낮추고 도급인의 연대책임 조항을 삭제하거나 대폭 손질해야 한다’는 법사위 전문위원의 보고서 등을 전향적으로 검토해 절충점을 찾는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키워드는 규제 철폐를 위한 ‘손톱밑 가시 빼기’다.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나쁜 규제’는 당연히 없애야 한다. 그렇다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 환경 등을 위한 ‘좋은 규제’까지 없애거나 새로 만드는 것을 막아선 안 된다.

2013-05-0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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