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관피아 척결 분위기 틈탄 복지부동 경계해야

[사설] 관피아 척결 분위기 틈탄 복지부동 경계해야

입력 2014-05-24 00:00
수정 2014-05-24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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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가 바짝 움츠러들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근신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6·4지방선거와 개각을 앞두고 눈치만 살피면서 피동적으로 움직이는 복지부동이 재연되는 분위기다. 공직 기강 해이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는 복지부동은 고질적 적폐(積弊)다. 일부 공직자들이 평상시에는 민원인 등에게 군림하는 자세를 보이다가 공직 개혁이나 조직 혁신 바람이 불기만 하면 몸을 사리는 게 오랜 폐습이었다. 검찰은 세월호 참사 이후 민관유착의 온상인 관피아를 척결하려고 전국 18개 지검에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대대적 수사에 나선다. 여기에 그쳐선 안 된다. 감사원도 암행감찰 등을 통해 공직사회의 무사안일을 혁파하기 바란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대국민담화를 통해 정부조직 개편 방침을 밝히면서 조직 해체가 결정된 해양경찰청은 명예퇴직 신청자가 평소에 비해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매년 홀수달에 명퇴 신청을 받는 해경은 월평균 10명가량이 신청을 하는데, 이달 들어 15일까지 27명이 신청했다. 해경 해체를 결정한 이후 하루 3~4명이 명퇴에 대해 문의하고 있어 7월 신청자는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조직이 축소되는 안전행정부나 해양수산부도 일손이 잡히지 않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자체 공무원들도 후보자에게 줄 서기를 하는 등 대민봉사 업무와는 동떨어진 행동을 하는 이들이 있어 선거 이후 부작용이 우려된다. 선심성 또는 보복성 인사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가릴 것 없이 전환기적 상황이라고 해서 행정 공백이 있어선 결코 안 된다. 이런 때일수록 더욱더 창의적 행정을 추진하는 것이 공직사회 개조로 이르는 지름길이자 공직자에 대한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극복하는 길일 것이다.

국정이 세월호 참사 수습에 집중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나 규제 개혁, 창조경제, 공공기관 혁신 등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굵직한 국정 과제들이 표류해서는 안 된다. 부동산 시장이나 내수 침체 등 경기 회복을 위한 정책들도 마찬가지다. 쌀 관세화 추가 유예 문제도 부처 간 협업을 통해 해결해야 할 현안이다. 유럽연합(EU)은 우리나라를 불법 어업국으로 최종 지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해수부와 외교부 등은 모든 채널을 동원해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망신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다른 부처의 일이라면서 칸막이를 하거나 윗선에서 지시가 내려오기만을 기다리면서 손 놓을 생각은 추후도 하지 말아야 한다.

2014-05-2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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