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입시정책을 실험하듯 멋대로 바꾸는 교육부

[사설] 입시정책을 실험하듯 멋대로 바꾸는 교육부

황수정 기자
황수정 기자
입력 2018-04-02 21:12
수정 2018-04-02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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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학종 확대 반대 여론…정시 확대 적극 공론화하기를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자신이 왜 사회부총리를 겸하는지 이유를 모르고 있는 게 분명하다. 일언반구 공론화 없이 입시 정책을 하루아침에 손바닥처럼 뒤집고 있다. 그러니 교육 현장이 잠잠할 새가 없다. 대체 교육부는 뭐 하는 곳인지, 원성이 들끓고 있다.

교육부가 서울 주요 대학에 정시 모집 인원을 확대해 줄 것을 갑자기 요구해 대학들이 허둥댄다. 느닷없는 움직임이니 학생과 학부모들은 어느 장단에 춤춰야 할지 난감하다. 최근 박춘란 차관은 서울 주요 대학들의 총장을 직접 만나거나 입학처장에게 전화를 걸어 정시 확대를 부탁한 모양이다. 교육부에 밉보이지 않아야 하는 대학들은 부랴부랴 움직인다. 연세대는 현재 고 2에게 적용될 2020학년도 입시에서 정시 인원을 늘리기로 했다. 다른 주요대들도 검토 중이다.

복잡한 입시 전형을 단순화해서 교육 공정성을 살리라는 목소리는 갈수록 거세다. 해마다 선발 비율이 느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금수저 전형’이라는 지탄이 쏟아진다.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깜깜이 학종을 대폭 줄이고 정시를 크게 늘리라는 요구가 높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이런 요청은 쇄도한다.

그렇더라도 교육부가 대학에 전화 한 통으로 어물쩍 입시의 골간을 건드릴 일은 아니다. 입시 전형 방식은 어디까지나 대학의 고유 권한이다. 그보다 더 답답하고 심각한 문제는 도무지 앞뒤가 안 맞는 중구난방 교육정책들이다. 교육부는 온갖 부작용의 우려에도 10년째 일관되게 수시 확대 방침을 고수해 왔다. 대학에 다양한 혜택을 줘 수시 전형 확대를 유도한 탓에 내년도 입시의 수시 비율은 무려 76.2%나 됐다.

이제는 거꾸로 수시 축소를 요구하는 판인데도 수능 절대평가 확대 방침은 변함이 없다. 정시는 수능 점수로만 뽑는데, 절대평가로 어떻게 변별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뿐인가. 지난주에는 난데없이 수시 전형에서 수능 최저 기준을 폐지하라고 대학에 권고했다. “가뜩이나 깜깜이인 학종을 더 깜깜이로 만들자는 것이냐”고 비판이 부글부글 끓는다. 그러니 지방선거 표심을 의식해 교육부가 오락가락한다는 의심도 들린다. 절대평가 도입 등 굵직한 입시 개혁안은 국가교육회의를 따로 만들어 맡겨 놓았다. 선거 뒤인 8월에는 어떤 예측불가 정책을 터뜨릴지 겁이 날 지경이다.

정시 확대의 민심을 교육부가 이제라도 읽었다면 불행 중 다행이다. 학종 확대일로의 정책이 공정한 입시에 최선이었는지 더 미루지 말고 돌아볼 때가 됐다. 공론의 도마에 제대로 올려야 할 시점이다.

10년을 밀어붙인 정책에 교육 민생이 갈수록 고달프다. 그렇다면 과감히 방향을 틀어 숨통을 터줘야 한다. 김상곤 장관이 제발 할 일을 하라.
2018-04-0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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