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우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장
지난달 14일 서울 시내를 지나던 시민들은 이색적인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도심 건물을 수직으로 내려오면서 크로스컨트리를 하고, 호수 위에서 스케이팅을 즐기고, 광화문광장에선 스키점프를 하고, 버스에 매달려 스노보드를 타는 이 진풍경은 2018평창올림픽·패럴림픽과 마술을 접목한 해외문화홍보원의 홍보 영상 제작 현장이었다. 세계마술대회에서 1위를 차지해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잘 알려진 유호진 마술사가 선보인 마술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문화를 통해 대한민국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해외문화홍보원은 올 들어 특히 평창올림픽을 알리기 위한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홍보 영상 외에도 31개국에 있는 재외한국문화원에 평창 홍보관을 꾸미고, 해외 주요 매체에 광고를 집행하며, 올림픽을 소재로 한 각종 행사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내년 2월 평창올림픽은 30년 만에 대한민국이 치르는 두 번째 올림픽이다. 돌이켜보면 88서울올림픽이 열리던 당시 나라 안팎은 온통 올림픽에 대한 관심으로 들끓었다. 새로 생긴 도로는 올림픽로로 명명되고, 올림픽 이름을 단 아파트와 공원이 생기고 TV, 라디오에선 서울올림픽을 노래하는 가수들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올림픽 열기에 휩싸였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선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세계에 과시하려는 마음으로 전 국민은 한마음이 됐고, ‘손에 손잡고’ 다 같이 힘을 모아 성공적인 올림픽을 치러냈다.
하지만 또 한 번의 올림픽에 대한 관심은 예전 같지 않다. 주요 도시가 아닌 평창에서 개최되는 지역적 특성 때문일 수도 있고 서울올림픽 이후 월드컵, 국제육상대회 등 굵직한 국제대회를 잇따라 개최하면서 대규모 스포츠 행사가 식상해진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평창올림픽은 몇 가지 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전환점을 가지고 있다. 작게는 강원권을 중심으로 한 국토 균형 발전을 꾀하고, 동계 스포츠 관련 산업 활성화에 기여하는 일에서부터 IT올림픽, 친환경올림픽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세계에 알리고 그 위상을 한 단계 더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새 정부는 남북 단일팀 구성을 제안한 바 있다. 성사된다면 한반도 긴장을 완화해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평화올림픽으로도 자리매김할 수 있다.
홍보 책임을 맡은 사람의 입장에선 서울올림픽 때의 열화와 같은 성원이 부럽기만 하다. 하지만 지금은 권위주의 시대처럼 국가가 앞장서서 올림픽을 홍보하고 국가시책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일이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또 한정된 예산과 인력으로 진행되는 관 주도의 홍보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서 새 시대에 맞는 참신한 시도와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의 성숙한 민주주의의 힘을 세계에 보여준 ‘깨어 있는 시민의식’이 성공적인 평창올림픽을 위해 또 한 번 발휘됐으면 하는 기대와 환상을 가져본다. 굳이 거창한 홍보행사가 아니라도 여행 가방에 평창올림픽 마스코트 배지나 인형 하나 달고 출국하거나, 해외에서 만나는 외국인과의 대화에서 평창을 화제로 삼는 등의 사소한 실천이 평창올림픽을 알리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마술은 불가사의한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는 기대와 환상을 전제로 한다. 빈틈없는 준비와 다양한 홍보를 통해 평창올림픽·패럴림픽에서 세계인이 함께 모여 놀라고 환호하는 마술 같은 일이 실현되길 기대해본다.
2017-07-14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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