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n&Out] 북한은 어디까지 갈까/피터 워드 북한 전문 칼럼니스트

[글로벌 In&Out] 북한은 어디까지 갈까/피터 워드 북한 전문 칼럼니스트

입력 2020-06-23 20:42
업데이트 2020-06-24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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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워드 북한 전문 칼럼니스트
피터 워드 북한 전문 칼럼니스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대남 작전쇼’를 시작했다. 북한은 탈북자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구실로 남북 관계를 깨뜨리고자 한다. 대북 제재 유지에 대한 불만 표시, 남한이 제재 완화에 앞장서도록 유도하려는 의도, 그리고 김여정의 지도자로의 위상 제고와 같은 의도도 담겨 있을 것이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충격적인 일이다. 북한이 2000년 6·15선언 이전 상태로 개성공단과 금강산에 군대를 재배치키는 것은 한국 정부에 거슬릴 수 있다. 비무장지대에 부대를 진입시키는 것은 2018년 9·19 군사합의 위반 대상일 것이다.

북한은 왜 이렇게 공격적일까. 마치 잃을 게 없는 것처럼 한국 정부를 심하게 비난하고 거칠게 소동하는 것은, 사실 잃을 것이 많고 불안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옛날에 핵실험과 중장거리미사일 발사로 불쾌감을 표시하는 동시에 외교적 지렛대를 키우고 최다 파괴력을 가진 무기도 개발했지만 이제 말과 상징물의 파괴로만 불만을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앞으로 북한의 대남 전술은 더 끔찍한 것들이 있을 수 있다. 서해상에서의 무력충돌, 남한 영토에 대한 미사일 발사, 미국 본토를 향한 공격 등 여러 가능성이 제기됐고 실제 더 끔찍한 도발을 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는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불만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 일종의 대리전일지도 모른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은 큰 충격이었다. 완전 비핵화를 한꺼번에 요구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와 하노이 이후 미국 정부가 요구해 왔던 비핵화의 최종 상태에 대한 논의를 북한 지도부는 거부했고, 현재의 외교 프레임을 깨뜨리고 싶어 했을 것이다. 원래 이렇게 될 때, 북한은 핵과 장거리미사일을 ‘소통 수단’으로 삼는다. 그런데 아직 그런 조짐조차 안 보인다.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자제하는 이유는 미국과 중국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가 1월에 이란 솔레이마니 장군을 암살했던 것과 2017년에 수시로 미사일과 핵실험으로 인해 전쟁과 ‘코피작전’까지 제기됐던 것을 잘 기억할 것이다. 미중 간의 대북 외교 협력은 이뤄질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이지만 바로 이런 상황 속에서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발사되면 미중 간 심한 긴장 속에서 미국은 남한에 전략자산 파견, 서해에 미해군 군함 파견 등을 할 수 있다.

미국과 한국은 이런 행동을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라고 보겠지만, 중국은 매우 위협적인 행동으로 인식할 것이다. 중국은 미국을 비판하겠지만, 미국이 이런 조치를 취할 구실을 마련해 준 북한에 과감한 제재나 처벌을 할지도 모른다. 2017년 코피작전 소문이 퍼졌을 무렵 중국이 북한으로의 석유 수출을 중단한 적도 있다. 북한 지도부는 매우 불쾌했겠지만, 중국으로부터 석유와 필요한 원료를 수입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지금의 위기는 대리전에 그칠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북한은 2016년에 착수한 5개년경제전략을 사실상 연초에 포기했고 데일리엔케이, 자유아시아방송, 아시아프레스 등 대북 매체를 통해 전해진 바를 종합해 보면 북한 경제사정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엄격한 제재는 이미 경제개발 전략을 무산시켰다. 코로나도 대중 무역과 북한 사회에 악영향을 미쳤다.

미국이나 중국으로부터 처벌받으면 이미 어려운 경제사정은 더 나빠질 것이다. 남한을 때릴 때에 김여정의 지도자 위상을 높이고 한미 간에 이해상충 문제 등을 부각시킬 수 있지만, 대리전 전술에서 벗어나 더 큰 군사행동을 하면 잃을 것들이 많다. 그러니 북한은 남한을 때리는 것 외에 선택지가 별로 없다.
2020-06-24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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