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 스포츠 폭력,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서정복 대한체육회 스포츠클럽위원회 위원장

[In&Out] 스포츠 폭력,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서정복 대한체육회 스포츠클럽위원회 위원장

입력 2020-08-30 20:26
수정 2020-08-31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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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복 대한체육회 스포츠클럽위원회 위원장
서정복 대한체육회 스포츠클럽위원회 위원장
지난 6월 고 최숙현 철인3종경기 선수가 자신에게 폭력을 휘두른 가해자를 엄벌에 처해 줄 것을 바라며 극단적 선택을 했다. 앞서 지난해 초 조재범 쇼트트랙 코치의 폭력·성폭력 사건이 드러나며 체육계에는 재발 방지를 위한 다양한 방책을 내놓았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스포츠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켜 7차례에 걸쳐 권고안을, 대한체육회에서는 체육시스템 혁신위원회를 통해 혁신과 제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럼에도 혁신 동력이 체육계 전체로 퍼져 나가지 않고 이와 같은 안타까운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있어 인식 개선과 체육 현장의 실천 의지가 더 크게 요구되고 있다.

스포츠 패러다임의 변화는 스포츠의 역할을 바꾸고 그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이제는 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며 선수와 동호인 구분 없이 모든 이들이 스포츠를 즐기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선수들은 훈련과 경기를 즐기는 가운데 자신의 한계를 이겨내며 스포츠의 가치를 증명하고, 동호인들은 꾸준히 운동하며 건강과 행복을 찾는다.

이처럼 스포츠에 대한 인식과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일선 현장에서 좌시해서는 안 된다. 선수가 행복하게 스포츠를 즐기며 거둔 것이 아닌, 폭력으로 이루어 낸 성과라면 결코 의미 있는 결과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최 선수 사건에 대한 문체부 특별조사단 감사 결과가 지난 28일 발표됨에 따라 대한체육회는 관련자 과실에 대해 엄중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그동안 대한체육회는 클린스포츠센터 내 스포츠인권센터에 자체 조사관을 두고 스포츠 관련 비위를 조사해 왔으나, 늘 사법 권한 및 사법 공조 시스템 부재 등에 따른 제도적 한계에 부딪혔다. 사법 권한이 없는 조사는 피해자의 진술과 증거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이번 사건의 경우 이미 사법기관 수사가 진행 중이었기에 수사 기관으로부터 자료를 받는 것도 불가능했다. 따라서 피해자와 직접적인 연락과 자료 제출 요청 위주로 사건을 조사할 수밖에 없었다. 아울러 문체부 스포츠윤리센터로 업무 이관을 앞두고 있는 과도기에 사건이 발생해 안타까움을 더할 따름이다.

인권은 최우선의 가치이다. 가슴 아픈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하게 경위와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해 현장에서 두루 공감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의지를 불어넣어야 한다.

이제 대한체육회의 역할은 더 강하게 요구된다. 2016년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을 관장하는 두 체육단체가 통합해 거대 단체로 거듭났다. 이와 함께 전문체육·생활체육·학교체육 등 관리해야 할 영역이 넓어졌으나 아직 과거의 인식에 머무르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

앞으로도 끝없는 노력의 시간이 남아 있다. 소중한 선수를 지키지 못한 책임은 모든 체육인들의 가슴에 깊은 상처로 남았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체육인 모두가 결자해지의 자세로 함께 나아가야 할 때다.
2020-08-3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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