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제에 1년치 한꺼번에 노는 중국인들, ‘못말리는 폭죽놀이’

춘제에 1년치 한꺼번에 노는 중국인들, ‘못말리는 폭죽놀이’

입력 2011-02-04 00:00
업데이트 2011-02-04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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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 기간에 외국인들이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 가운데 하나가 폭죽놀이다.

 밤새도록 요란하게 터지는 폭죽의 굉음에 잠을 설치기 일쑤다.낮에도 별반 다를 것 없어 도로와 대형 빌딩 앞,심지어 아파트 단지 내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폭죽이 터진다.

 가는 곳마다 쓰레기가 넘치고 도심 전체가 자욱한 연기에 휩싸여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폭죽놀이는 춘제 하루 전인 섣달 그믐부터 시작돼 정월 대보름까지 보름간 계속된다.

 ‘한 해를 벌어 춘제 때 소비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춘제를 중시하는 중국인들은 가족과 친지들이 모두 모여 즐기는 섣달 그믐 만찬인 ‘녠예판(年夜飯)’처럼 폭죽을 터뜨리는 데도 돈을 아끼지 않는다.폭죽 장만에 몇 달치 봉급을 털어 넣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해마다 화재로 인한 피해가 속출,소방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폭죽에 대한 중국인들의 ‘애정’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올해도 베이징에서 지난 2일부터 하루 새 춘제 폭죽놀이를 하다 2명이 사망하고 223명이 숨졌으며 선양(瀋陽)의 랜드마크였던 5성급 호텔 황차오완신이 3일 새벽 폭죽 불똥이 외벽에 걸어놓은 현수막에 옮겨붙어 객실로 번지는 바람에 전소됐다.

 광시(廣西)자치구 천시(岑溪)에서도 지난 2일 밤 신축 중이던 고층 건물이 폭죽 때문에 화재가 발생,모두 불탔고 항저우(杭州)에서는 3일 0시부터 1시간 만에 30여 건의 폭죽에 의한 화재가 발생했다.

 폭죽놀이로 인한 환경오염도 심각하다.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4일 베이징에서 춘제 당일 폭죽놀이로 발생한 쓰레기 수거를 위해 청소 차량 2천대를 동원,2천380t을 수거했다고 보도했다.

 대기 오염도 무시 못할 수준이다.

 청두(成都)시 도시환경 감시센터가 관측한 결과 2일 밤 청두 도심의 공기오염지수는 92에 불과했으나 폭죽놀이가 절정에 달했던 3일 새벽 1시께는 276으로 급속히 악화됐다.청두시 당국은 춘제 기간 폭죽놀이가 계속되고 바람도 불지 않아 공기 오염이 2-3일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폭죽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지만 중국인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6시간 만에 겨우 불길이 잡힌 선양 황차오완신 호텔 화재 당시 수십 대의 소방차량이 동원되고 주변 도로가 전면 통제된 가운데 인근 아파트 주민들에 대한 대피령까지 내려졌지만 주변에서는 폭죽놀이가 밤새도록 계속됐다.이쯤 되면 있을 법한 폭죽 금지령도 내려지지 않았다.

 굉음을 내는 폭죽이 액운을 쫓아내고 행운을 불러온다고 여기는 중국인들의 오랜 습속이기도 하지만 춘제 폭죽놀이가 이토록 요란한 데는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인들의 습성도 작용한다.

 보란듯이 폭죽놀이를 즐김으로써 남들에게 자신을 과시하려는 욕구가 바탕에 깔려 있는 것.고도의 경제 성장으로 주머니가 두둑해지면서 당국의 규제에도 중국인들의 춘제 폭죽놀이 규모는 오히려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경제적 손실이 만만치 않을 뿐 아니라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는 폭죽을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지만 요란스러워야 춘제 분위기가 난다고 여기는 중국인들의 전폭적인 동의는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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