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피의 금요일] 적흑녹기 물결…“제2의 해방”

[리비아 피의 금요일] 적흑녹기 물결…“제2의 해방”

입력 2011-02-26 00:00
업데이트 2011-02-26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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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리비아 대사관에도… 벵가지 등 동부도시에도…

‘리비아의 민주화 대결은 녹색(카다피의 상징색)과 적색(반정부 시위대의 상징색)의 혈투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를 정조준한 반정부 시위대가 무서운 속도로 점령 지역을 늘려 가는 가운데 옛 왕정의 깃발이 ‘투쟁의 상징’으로 퍼져 가고 있다. 해방구가 된 벵가지 등 리비아 동부 도시는 물론 카다피에게 반기를 든 각국의 리비아 대사관에도 깃발이 휘날린다. 민초들은 1951년 이탈리아로부터 독립할 당시 사용했던 깃발을 꺼내들며 독재자를 쫓아내고 ‘제2의 해방’을 쟁취하겠다는 기세다.

●붉은색은 민초들의 피 상징

시위대의 깃발은 카다피가 집권을 시작한 1969년 이전 사용되던 국기다. 적색·흑색·녹색 등 삼색선 위에 이슬람교를 뜻하는 초승달과 별이 그려진 모양으로 카다피에게 쫓겨난 엘 세누시 왕가의 상징이었다.

시위대는 특히 붉은 선에 남다른 의미를 둔다. 이탈리아로부터 독립을 쟁취하는 과정에서 스러져간 이름 없는 민초들의 피를 표현했기 때문이다. 유세프 부안델 카타르대 교수는 25일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이 옛 국기를 흔들면서 카다피가 빼앗아간 조국을 다시 한번 독립시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것”이라면서 “왕정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왕정의 추억’을 공유하는 각 부족을 화합시키기 위해 시위대가 옛 깃발을 꺼내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많은 부족이 당장 ‘카다피 퇴진’을 외치며 한배를 탔지만 부족 간 반목이 워낙 뿌리 깊어 관계가 어색할 수밖에 없다. 결국 모두가 엘 세누시 왕의 지배를 받았던 때의 국기를 공유하며 연대감을 키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카다피는 현재의 초록색 국기에 광적인 집착을 보인다. ‘녹색이 곧 카다피’라고 여기는 그는 1977년 스스로 초록색으로만 이뤄진 국기를 만들었고 정치·경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담은 지침서도 ‘그린북’(녹색책)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 때문에 독재자에 대한 혐오와 불신이 극에 달한 리비아 곳곳에서 시민들은 녹색기와 그린북을 태우는 등 ‘카다피의 색’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녹색은 이슬람권에서 평화와 평등을 상징하는 색이다.

●“시위대 트리폴리 목전 진격”

한편 시위대는 근거지가 된 동부 지역을 벗어나 서진하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투브루크와 벵가지에 이어 수도 트리폴리 인근 리비아타까지 점령에 성공한 이들은 수도까지 진격해갈 태세라고 AP 등 외신이 전했다.

특히 민주화 시위의 산파 역할을 한 벵가지에서는 시민들이 모처럼 얻은 자유를 만끽하며 마비됐던 도시 기능을 천천히 회복시키고 있다. 시민들은 15명의 유력 인사로 구성된 자치위원회를 만들고 군부대를 창설하기도 했다. 자치위원회에 속한 페티 타르벨(39)은 “(정부의) 인권변호사 구금에 항의하려고 시위를 벌이려던 것이 봉기로 번졌다.”면서 “이렇게 빠른 변화가 일어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2011-02-2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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