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탈출자 “벵가지 대우발전소도 위태”

리비아탈출자 “벵가지 대우발전소도 위태”

입력 2011-02-26 00:00
업데이트 2011-02-26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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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벵가지에 있는 대우 발전소도 매우 위태로운 상황입니다.매일 밤 발전소로 쳐들어오는 현지인들과의 대치 상황이 벌어지고,카다피가 발전소를 폭격하거나 군함을 파견할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습니다.”리비아 반정부 세력이 장악한 제2의 도시 벵가지에 있는 대우건설의 발전소 건설 현장에 피신했다가 육로를 통해 이집트로 빠져나오는 데 성공한 현대건설의 공무책임자 이국진(41) 차장은 2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전하면서 “청해부대가 리비아 근해로 파견된다는 소식이 있던데,빨리 현지로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이 시공한 발전소가 이미 완공 단계에 접어들어 전력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반정부 세력이 장악한 동부 지역의 전력 공급을 차단할 목적에서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이 발전소를 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 본사는 “벵가지 발전소는 현재까지 아무 이상이 없다”며 “시민군(혁명군)과 발주처인 리비아전력청이 지켜주고 있어서 주변의 다른 공사 현장 직원까지 발전소로 대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벵가지에서 동부의 토부룩 사이 466㎞ 구간에서 송전선을 건설하던 현대건설 직원들은 지난 20일 오전 1시 30분께 칼과 화염병,각목 등으로 무장한 채 현장 사무소를 습격한 폭도들에게 차량을 비롯해 공사 자재,노트북,자재 등을 모두 빼앗긴 뒤 20㎞ 떨어진 대우 발전소로 피신했다.

 이 차장은 “폭도들이 차량 20여 대를 탈취하고 사무실도 불태웠고,심지어 시동이 안 걸리는 차도 태워버렸다”며 “국가기간 시설인 발전소 쪽이 안전할 것이라고 해서 일단 그쪽으로 피신을 했다”고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현지인들이 매일 밤 발전소 앞까지 쳐들어 와 습격하려 해서 대우건설 직원과 현지 근로자들은 낮에는 취침하고 밤에는 경비를 서는 대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이 차장은 말했다.

 대우 발전소에서도 안전이 확보되지 않자 현대건설 직원 12명과 제3국 근로자 60여 명은 25일 오후 미니버스 9대를 빌려 육로를 통해 이집트의 서북단 엘-살룸 국경통과소 쪽으로 탈출했다.

 이 차장은 “벵가지의 경찰본청 앞에는 탱크 2대가 폭파돼 있는 등 시내 곳곳에 불에 탄 탱크 여러 대가 눈에 띄었고,관공서와 경찰서는 전소됐다”면서 “동부 쪽에는 옛 왕정 시대의 국기만이 펄럭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과 비슷한 시각에 이집트로 탈출한 현대엠코 직원들도 폭도들의 약탈이 횡행하고 친정부 세력과 반군 간의 전투가 벌어진 상황을 생생하게 전해줬다.

 벵가지에서 동쪽으로 200㎞ 떨어진 굽바 시에서 공공주택 공사를 하다가 전날 철수한 현대엠코의 현장소장 전시호(58) 이사는 “총을 든 약탈자들이 담을 넘어오는 등 2차례나 현장에 난입하려 했으나 우리와 사이가 좋은 마을 주민들이 총을 들고 경비를 서면서 이들을 물리쳐 줬다”면서 그곳에서 경험한 위기 상황을 전했다.

 전 소장은 또 카다피 측의 흑인 용병 60명이 굽바의 라브락 공항을 장악하려고 왔었는데,반정부 세력이 사나흘 동안 이들과 교전을 벌여 45명을 사살하고 15명을 체포해 모스크에 가둬놓았다가 처형했다는 소식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현대엠코는 현지 주민과 부족의 지원 속에 지난 23일까지 공사를 강행하다가 방글라데시와 태국,베트남 등 제3국 근로자들 사이에 동요가 확산되고 주변의 상황도 악화되는 바람에 피난을 결정하게 됐다.

 전 이사는 “버스 2대와 승합차 1대,트레일러 9대를 동원해 한국인 직원 75명을 포함 1천여 명이 총을 든 마을 주민들의 호송 속에 무사히 탈출했다”면서 “현장은 마을 주민과 부족이 지켜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엠코가 평소에 병원 보수나 축구장 조성 공사 등을 지원하면서 마을 주민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 덕분에 현장을 지킬 수 있었고,또 안전하게 이집트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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