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전 비밀병기, 24살의 여성 첩보원

리비아전 비밀병기, 24살의 여성 첩보원

입력 2011-09-13 00:00
업데이트 2011-09-13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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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 군기지 등 주요 정보 연합군에 전해

리비아에서 카다피 세력을 약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의 폭격의 상당한 성과를 거둔 이면에는 ‘비밀 병기’의 도움이 있었다.

나토군은 지난 3월부터 카다피 정권을 겨냥한 군사작전을 계속해왔다. 하지만 카다피군이 민간 건물 안에 기지를 설치하면서 목표물에 민간인이 있지는 않은지 확신할 수 없었던 연합군의 활동은 늘 한계에 부딪혔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는 데 도움을 준 것이 노미디아(Nomidia)라는 코드명으로 활동한 24살의 리비아 여성 첩보원이었다.

그녀는 수개월간 군사시설을 염탐해 정보를 연합군에 넘겨줬으며, 나토군은 이를 토대로 트리폴리 살라헤딘 지구를 비롯한 군사기지와 정보기관 등 3곳에 폭격을 가해 카다피군에 타격을 입혔다.

노미디아가 처음 첩보활동을 시작한 것은 리비아 전역에서 일어난 반란을 카다피군이 잔인하게 진압하는 것을 목격하고 나서다.

이를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그녀는 카타르 도하에 있는 반(反)카다피 성격의 알-아흐라르 방송에 전화를 걸어 현지 상황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카다피군이 무기를 보관한 장소와 같은 군사정보도 전하기 시작했고, 알-아흐라르측은 이 정보를 NTC를 통해 연합군에 넘겼다.

이런 정보들은 카다피 정권에 더 이상 협조하지 않는 고위급 군 관료들에게서 얻은 것으로 그녀는 “내 아버지도 은퇴한 장교로 이들과 함께 혁명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미디아는 또 “카다피군이 무기를 보관한 민간 구역에는 직접 차를 몰고 가 몇 시간이고 살펴보기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첩보 활동은 쉽지 않았다. 5개월 전 노미디아가 활동을 시작했을 당시는 카다피가 트리폴리를 완전히 장악하고 적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는 모두 통제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전화선도 감시당했으며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는 차단됐고, 인터넷은 정부기관이나 호텔에서 억류된 채 감시를 받고 있던 외국 언론인들만 사용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노미디아는 “감시를 피하려고 12개의 휴대전화 심 카드와 7대의 휴대전화를 번갈아 사용했다”고 말했다.

또 “하루는 타주라에서 전화를 걸고 하루는 스크 알-주마에서 전화하는 식으로 계속 이동했다”고 덧붙였다. 가족 중에서도 가장 친한 몇몇을 빼고는 활동 사실을 숨기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큰 보호장치는 그녀의 성별이었다. 보수적인 이슬람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신분 때문에 의심을 피해 간 것이다.

그녀는 “그들은 남자들에 더 집중했으며, 여자가 이 모든 일을 했다는 것을 생각하기란 거의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노미디아는 첩보 활동 중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두달 전 카다피군에 잡힐 뻔했던 때라고 회상했다.

당시 카다피군이 그녀의 심 카드 중 하나를 추적해 성을 제외한 이름을 알아냈고, 그녀는 추적을 피하려고 “모든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계속 이동했으며 나뿐 아니라 가족 모두가 안전을 위해 이집저집으로 옮겨다녔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반군 네트워크와 그녀의 활동을 도운 알-아흐라르 방송 측은 그녀가 매우 중요한 정보원이며 용감했고, 남자들도 할 수 없는 일을 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노미디아가 카다피 정권을 얼마나 간파하고 있었는지는 지난 8월 있었던 사건으로도 알 수 있다.

당시 NTC는 카다피의 아들 사이프 알-이슬람을 생포했다고 밝혔지만 노미디아는 알-아흐라르에 전화해 이런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이프 알-이슬람이 호텔에서 모습을 드러내면서 반군 측 발표가 거짓임이 밝혀졌다.

노미디아는 자신이 카다피의 바브 알-아지지야 요새 내에도 정보원을 확보하고 있어 이를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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