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인 남편 둔 스코틀랜드 30대
캐나다인과 결혼한 후 캐나다 이민 수속이 진행 중인 스코틀랜드 여성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자 모텔 방에서 출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동정을 사면서 당국의 관료주의적 행태가 눈총을 받고 있다.27일(현지시간) CBC방송에 따르면 1년 전 캐나다 남성과 결혼한 뒤 캐나다 이민을 신청한 린 애치슨(35)씨가 지난 해 7월 브리티시 컬림비아(BC) 주의 의료보험 수혜 자격을 인정받지 못하자 1만 달러(1천120여만원)에 이르는 출산비용을 마련하지 못하고 모텔에 투숙, 욕조에서 아이를 분만했다.
스코틀랜드에서 소방관으로 일했던 애치슨씨는 동계올림픽 스키경기가 열린 세계적 스키 휴양지 휘슬러에서 캐나다인 남편 브레넌 암스트롱을 만나 사랑에 빠졌고, 둘은 결혼했다.
애치슨은 곧 이민부에 이민 신청 서류를 접수한 뒤 대기 중 출산일이 다가오자 BC주에 의료보험 자격의 조기 부여를 요청했으나 연방정부로부터 그의 이민 신청 접수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는 대답과 함께 매정하게 거부당했다.
알고보니 애치슨의 서류는 채 개봉도 되지 않은 채 수 많은 대기자 더미 속에 쌓여 있었고, 연방 이민부는 다른 대기자들을 제치고 그의 서류를 먼저 확인할 수 없다는 완고한 입장을 밝혀왔다.
남편 암스트롱은 휘슬러에서 주류 판매원으로 일하고 있었으나 뚜렷한 소득이 없어 거액의 비용이 드는 병원 대신 ‘가정 분만’을 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대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병원 근처를 분만 장소로 정하고 밴쿠버 종합병원이 가까운 밴쿠버 시내의 한 모텔에 투숙해 분만에 들어갔다.
이들은 모텔측이 임산부의 투숙을 거절할 것이 두려워 친구의 도움으로 방을 예약한 뒤 몰래 숨어들어가야 했다고 술회했다.
욕조에 자리를 잡고 진통을 시작한 애치슨은 별 탈 없이 사내 아이 ‘지기’를 얻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곧 분노가 밀려들었다.
암스트롱은 “우리는 법적 캐나다 부부”라며 “평생을 살아온 내 나라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정부를 원망했다.
그는 “의료 상 이유를 참작하는 성의로 이민 신청 접수 사실만을 먼저 확인해 주었어도 병원에 갈 수 있었다”면서 “아내의 고향인 스코틀랜드로 갈 생각도 했지만 비행기 삯이 모자랐다”고 말했다.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이들의 사연을 안타까와 하면서 연방정부와 주 정부가 함께 연출한 지독한 관료주의에 진저리를 쳤다.
현재 캐나다 연방정부의 이민 신청 대기자는 총 1만4천여명에 이르는 격심한 적체 상태로 애치슨의 경우도 그 가운데 1명이었다.
연방 이민부에서 신청자의 서류가 개봉되는 데 걸리는 기간 만도 1년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CBC는 전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