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미국 정치” 지출삭감 악몽 현실화

“무능한 미국 정치” 지출삭감 악몽 현실화

입력 2013-03-02 00:00
수정 2013-03-02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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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공화 ‘정부 역할’ 인식차로 무한 대치…국방부문 등 전방위 ‘타격’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연방정부 지출 자동삭감(시퀘스터) 명령문에 결국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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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백악관에서 열린 과학발명전시회에서 한 학생이 만든 머시멜로 대포를 살펴보고 있다.  백악관 홈페이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백악관에서 열린 과학발명전시회에서 한 학생이 만든 머시멜로 대포를 살펴보고 있다.
백악관 홈페이지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열린 의회지도부와의 막판 협상이 결렬된 데 따른 것으로, 지난 수년간 각종 정책현안을 두고 대치를 거듭하며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미국 정치권의 무능함을 다시한번 확인시켰다.

시퀘스터 발동은 이미 예견된 것이어서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앞으로 예산안, 국가 채무한도 증액 등을 둘러싼 협상이 잇따라 예정돼 있어 미국 국민들의 ‘악몽’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으로 미국 정부는 2013회계연도가 끝나는 오는 9월 30일까지 국방비 460억달러와 교육·수송·주택건설 부문 일반예산 390억달러를 합쳐 모두 850억달러(약 92조원)의 지출을 줄여야 한다.

연방예산의 2.4%에 불과한 액수인데다 삭감되는 분야가 국방, 교육, 사회간접자본(SOC) 등의 재량적 지출에 국한돼 있긴 하지만 공공부문에서 100만명 이상의 노동자가 무급휴가를 떠나야 하는 등 각계각층에서 전방위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백악관은 공무원 및 준공무원 무급 휴가, 전국 공항 연착ㆍ지연, 국경 경비 허술, 국방 태세 약화, 공공 및 긴급 서비스 축소 등 시퀘스터가 가져올 결과를 ‘괴물 폭풍(퍼펙트 스톰)’이라고 표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협상 결렬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모든 국민이 당장 이번 지출삭감 조치로 인한 고통을 느끼지는 않겠지만 그 고통은 현실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시퀘스터가 현실화하면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에서 고용시장 개선, 부동산시장 안정 등에 힘입어 경기회복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는 가운데 시퀘스터 발동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 2009년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이어진 미국 정치권의 ‘벼랑끝 대치’가 끝날 조짐이 없는 것은 물론 점점 더 악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백악관과 의회는 2009년 건강보험개혁안, 2010년 감세연장법안, 2011년 급여세 감면 연장안에 이어 지난해에는 재정절벽(fiscal cliff) 협상으로 1년 내내 기싸움을 벌이다 연말 휴가까지 반납하면서까지 서로 삿대질을 했다.

이런 대결구도의 근본적인 원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공정한 기회(fair shot)’을 주장하면서 큰 정부를 지향하는 데 비해 공화당은 자유로운 기업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작은 정부’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경제철학에서 근본적인 인식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셈이다.

정치권의 ‘치킨 게임’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지만 지난해말 대통령선거가 끝난 뒤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미국 정치권이 쟁점 협상 때마다 ‘땜질 처방’으로 일관해온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추가 협상을 통해 어정쩡한 타협점을 찾아낼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오는 27일로 임시예산안 시한이 끝나고 오는 5월 18일에는 미뤄놓은 국가부채 한도 일시 증액 조치가 종료돼 또다른 협상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시퀘스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다른 협상까지 진행할 경우 정부폐쇄, 국가디폴트(채무 불이행), 국가신용등급 하향조정 등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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