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강제 예산삭감’ 현실화까지…끝없는 정쟁

미국 ‘강제 예산삭감’ 현실화까지…끝없는 정쟁

입력 2013-03-03 00:00
수정 2013-03-03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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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정부의 예산지출 자동 삭감, 즉 시퀘스터(sequester)가 1일(현지시간) 기어이 현실화된 배경에는 정치권의 끝없는 정쟁과 철학의 대립이 자리잡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9·11 테러 이후 훼손된 이른바 ‘미국의 힘’을 국제사회에서 확인시키기 위해 이라크 전쟁을 포함한 여러 차례의 해외 전쟁을 수행했다.

국내 경제의 침체도 원인을 제공했지만 무리한 해외 전쟁을 감당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으면서 미국의 국가채무는 2008년 말 9조9천860억 달러(GDP대비 69.4%)에 이르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을 물려받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금융위기 해소를 위해 또다시 막대한 재정을 투입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미국의 국가채무는 2009년 11조8천760억 달러(GDP대비 84.2%)까지 치솟았고, 2012년에는 16조2천70억 달러(GDP대비 104.3%)까지 확대됐다. 국내총생산(GDP) 가치를 모두 국가 빚 갚기에 투입해도 안 되는 위기상황을 맞은 것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법정 국가채무한도를 늘려줘야 하는데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은 국가채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놓고 팽팽한 싸움을 벌였다. ‘큰 정부’를 지향하는 민주당의 오바마 대통령은 세금증대를, ‘작은 정부’를 주창하는 공화당은 정부 지출 삭감에 촛점을 맞춘 것이다.

마침 부시 행정부 때부터 시작돼 오바마 정부에 이르기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각종 감세조치와 지원조치 등이 2012년 말로 종료될 상황이었다.

2012년 11월 치러진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된 뒤 양측은 이른바 ‘재정절벽(fiscal cliff)’ 문제 해결을 위해 협상을 재개했고, 일부 사안에서 합의를 도출했다.

세금증대를 위해서는 연 45만 달러(독신은 40만 달러) 이상 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을 현행 35%에서 39.6%로 올리고, 자본소득·배당소득세율을 현행 15%에서 20%로 인상했다.

하지만 정부지출 삭감에 대한 합의는 이끌어내지 못했다. 대신 양측은 2011년 8월 국가채무한도 조정협의 과정에서 의결된 예산관리법(Budget Control Act)에 따라 향후 10년간 1조2천억 달러 규모의 재량적 재정지출을 자동삭감하는 조치의 발동시점을 2개월 연장하게 된다.

2013년 1월1일 시작될 연방지출 자동삭감을 불과 2개월 미루는 봉합책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 사이에 양측은 합의도출을 위해 다시 협상을 벌였으나 끝내 합의점을 만들지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다시 한 번 세수 증대와 연계된 재정건전화 방안을 제시했다.

자신의 핵심정책인 ‘건강보험 개혁’에 들어갈 예산과 농업보조금, 국방비 등까지 줄일 테니 대신 해외 기업이나 정유업체 등에 대한 세제혜택을 축소하자는 제안이었다.

그러나 공화당은 더 이상 세수증대에는 찬성하지 않겠다며 이를 거절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추구하는 철학이 얼마나 다른 것인지를 보여주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결국 연방정부의 지출이 자동으로 삭감되는 상황이 현실화됐다. 하지만 이 위기를 체감하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경과조치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은 다시 한 번 절충점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에도 ‘잠정합의’ 이상의 근본적 대책은 마련되지 못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경기부양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큰 정부를 지향하는 오바마 대통령에 제동을 걸지 못할 경우 공화당의 입지가 갈수록 위축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경제의 정치연계화 현상은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민들의 의회나 정치에 대한 불신감으로 연결되고, 시장에는 불확실성을 제공하면서 미국 경제의 경쟁력을 더욱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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