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인 3명 부상”…베트남, 인도네시아 근로자도 수난
최근 대만 어민 피격사망 사건 이후 대만에서 필리핀인을 대상으로 한 폭행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양국 정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특히 대만의 일부 공장지대에서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다른 나라 근로자들까지 현지인들에게 수난을 당하는 등 파문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20일 양국 언론에 따르면 대만관계를 다루는 필리핀 마닐라 경제문화사무소(MECO)는 최근 필리핀인 2명이 폭행당했다는 보도를 공식 확인하면서 이후에도 4건이 추가 신고돼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만인들의 폭행으로 필리핀인 3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이들 가운데 1명은 회사 기숙사에서 격분한 대만인들의 공격을 받아 부상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만내 분위기가 격앙되면서 인도네시아인과 베트남인 등 국적이 다른 국가 출신 근로자들까지도 적잖은 고초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 반도체 공장의 한 근로자는 필리핀인처럼 보이는 인도네시아인들과 베트남인들도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필리핀인 폭행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필리핀은 상황이 악화되자 대만내 자국 교민들의 신변 안전을 위한 실무대책반을 구성하는 등 현지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필리핀 대통령궁은 안토니오 바실리오 주 대만 대표부 대표가 필리핀 교민들의 안전문제와 관련해 대만을 방문, 관계당국과 협의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필리핀은 대만 어민 피격사망 사건으로 대만내 상황이 한층 악화될 경우 교민들을 철수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것으로 현지 방송이 보도했다.
이 방송은 대만 담당 관리의 말을 인용, 베니그노 아카노 대통령이 필리핀 교민의 신변 안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달라는 특별지시를 했다며 상황 악화시 철수 가능성을 전했다.
한편 대만과 필리핀 양국은 사건 경위 파악을 위한 조사에서 상호 협력하는데 대해 일부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페레스 MECO 대표는 자신이 린융러(林永樂) 대만 외교부장과 경위 조사와 관련한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더 이상의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레일라 데 리마 필리핀 법무장관은 정보 공유는 가능하지만 공동조사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대만 측은 이와 관련해 양국이 개별적으로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만 영자지 타이베이타임스는 린 부장의 말을 인용, 개별조사 합의 사실을 전하면서 양측이 조만간 추진방향을 타결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린 부장은 양국이 진상 파악 차원에서 이뤄지는 조사단 파견을 상호 지원하기로 했으며 개별 조사에서도 상호 협력할 의사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첸밍탕(陳明堂) 대만 법무부 부부장(차관)은 공동조사가 사건 진상을 규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공동조사 수용을 거듭 촉구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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