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무슬림형제단 해체 검토 중…강경 대응 예고
이집트 유혈사태에 따른 사망자가 800명을 넘어선 가운데 이집트 정부가 17일(현지시간) 무슬림형제단 및 이들 지지세력과의 화해는 없을 것이라고 천명했다.군부가 이끄는 과도정부는 또 시위대의 행위를 ‘테러’로 규정하고 무슬림형제단을 해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런 가운데 이집트 군경은 전날 시위를 벌이다 진압을 피해 모스크에 피신한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 시위대를 이날 해산하고 이 중 일부를 체포했다.
이집트 카이로 저격대의 총격에 사망한 아이.
동영상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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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보안군은 카이로 람세스 광장 인근의 파테 모스크를 17일 기습해 안에 있던 시위대를 해산하고 이 가운데 385명을 체포했다.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 시위대 700여명은 전날 람세스 광장에서 군부 반대 집회를 하다 군경의 진압을 피해 모스크로 들어간 뒤 정문 입구를 책상과 의자 등 각종 집기류로 막은 채 군경과 대치했다.
대치는 다음날까지 이어지다 이날 오후 모스크에 있던 무장세력이 첨탑에 올라 모스크를 포위하고 있던 군경과 반(反) 이슬람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하면서 상황이 악화했다.
한 보안 소식통은 무슬림형제단이 이 모스크에서 새로운 연좌 농성을 벌일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해 강제 해산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군경은 모스크를 둘러싼 민간인들이 밖으로 나오는 무르시 지지자들을 공격할 것을 우려해 경고탄을 발사하면서 시위대를 끌어냈다.
한 목격자는 “군인과 경찰이 모스크 안에 있는 수십 명의 시위대를 붙잡아 수송 차량에 태우고 떠났다”고 말했다.
시위대가 ‘분노의 날’로 명명한 전날에는 이집트 전역에서 군부 반대 시위가 열렸다.
이집트 보건부는 군경이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하루 새 173명이 사망했다고 17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나흘간 계속된 유혈 사태에 따른 공식 사망자 수는 800명을 넘겼다.
이날 사망자 중에는 의장인 모하메드 바디에의 아들도 포함됐다고 무슬림형제단 측은 밝혔다.
AFP 통신의 자체 집계에 따르면 지난 6월 26일 이후 이집트에서 최소 1천42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 정부, 강경 대응 예고…”무슬림형제단 해체 검토 중”
이집트 정부는 유혈 진압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강조하며 무슬림형제단과 지지세력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이집트 내각 대변인은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과도정부를 이끄는 하젬 엘 베블라위 총리가 사회연대부에 무슬림형제단을 해체할 법적 가능성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베블라위 총리는 또 무슬림형제단을 언급하며 “국가기관을 상대로 무기를 사용하거나 손에 피를 묻힌 이들과의 화해는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조직 해체는 곧 시위대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허용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정부의 결정은 친 군부 세력이 무슬림형제단을 테러단체로 규정하면서 내려졌다.
무스타파 헤가지 대통령 정책고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 이집트 지도부는 무슬림형제단과 정치적 분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테러리즘 및 반역과의 전쟁을 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또 이집트인들이 지난 6월말 거리에 나와 시위를 벌인 것은 무르시 전 대통령의 ‘종교적인 파시즘’에 맞서려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 무슬림형제단 1천여 명 체포…살인·테러 혐의 적용될 듯
이집트 내무부는 전날 시위 진압 과정에서 무슬림형제단 단원 1천4명을 체포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집트 내무부는 체포된 이들 중 수단, 파키스탄, 시리아 등 외국인들도 다수 포함됐다고 말했다.
한 보안군 소식통은 알 카에다 수장인 아이만 알 자와히리의 형제인 모하메드 알 자와히리도 기자 지역의 검문소에서 붙잡혔다고 전했다.
그는 알 카에다의 강경 이념을 따르는 지하디 살라피스트 단체를 이끌어 온 인물이다.
이집트 국영 메나통신에 따르면 이집트 검찰은 무슬림형제단 지지자 250명을 살인 및 살인기도, 테러 혐의로 조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5일부터 문을 닫았던 이집트 증권시장은 18일 재개장할 예정이다.
그러나 폭력 사태로 기존 운영시간인 4시간보다 짧은 3시간만 운영된다고 메나통신은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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