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격자 “케냐군, 희생자 시체 담배까지 가져가”
‘부서진 진열대 안에 있던 보석과 휴대전화가 사라진데다 금전출납기는 비어 있고, 레스토랑 저장고의 술마저 없어졌다’케냐 나이로비의 쇼핑몰 테러사건이 발생한 직후 황급하게 대피했던 상인들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사태가 잠정 수습된 후 자신의 상점으로 돌아왔다가 망연자실했다.
급하게 몸을 피하면서 미처 챙기지 못했던 진열대 제품이나 귀중품들이 약탈당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약탈이 시민의 안전과 치안을 책임져야 할 케냐군에 의해 자행됐을 가능성이 커 이들의 허탈감은 더 컸다고 현지인들은 전했다.
케냐군이 약탈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없지만 테러발생 직후 쇼핑몰 출입이 차단된데다 테러진압 후 지난 나흘간 이곳에 출입이 허용된 경우는 케냐군과 일부 정부 관계자들뿐이었다.
케냐군의 약탈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급여를 거의 받지 못하는 케냐군은 지난 8월 발생한 나이로비 공항 대형화재 때에도 이와 유사한 약탈의혹을 받았다.
상점 주인들은 이날 추가 약탈을 피하고자 상점이나 레스토랑에 있는 주요 제품이나 귀중품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점 주인은 테러 직후 황급하게 대피하면서 미처 가져 가지 못했던 지갑과 휴대전화, 돈 등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쇼핑몰 2층에 있는 서점의 주인인 파쿠 차바니는 책은 모두 그대로 있었지만 현금출납기가 부서지고 현금이 사라졌으며, 랩톱도 없어졌다고 전했다.
그는 “테러범들이 훔쳐간 것 같지는 않지만, 누가 그랬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복이 두려워서인지 케냐군이 자행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테러 당시 부상자 대피와 시체수습 등 자원봉사를 한 파레시 샤는 희생자인 아림 자말이 구급차로 옮겨질 때 한 병사가 시신의 주머니에 있던 담배를 꺼내 가져가는 것을 봤다면서 혀를 찼다. 자말의 아내는 남편의 지갑도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날 상점 주인들이 약탈 의혹이 있는 케냐군에게 약탈 물품을 신고하는 모습이 너무 아이러니했다고 AP통신은 지적했다.
조셉 올레 렌쿠 케냐 내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약탈사실을 인정한 후 “약탈자들이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군 대변인은 약탈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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