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유화 조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어떤 영향?

북한 유화 조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어떤 영향?

입력 2014-11-09 00:00
수정 2014-11-0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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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제3위원회·총회 채택 앞두고 ‘우호적 여론’ 노린듯

전례 없이 강력한 유엔 총회의 북한 인권결의안 채택을 앞두고, 북한이 억류 미국인 2명을 전격적으로 석방했다.

북한은 지난달 21일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56)에 이어, 8일(현지시간) 억류해오던 미국인 케네스 배와 매튜 토드 밀러 두 명을 또다시 석방해 국제사회에 유화 메시지를 던졌다.

이번 조처는 북한 인권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고 인권 유린 책임자를 제재하는 내용을 담은, 유럽연합(EU)과 일본 주도의 북한 인권결의안이 유엔 총회의 ‘문턱’을 넘으려는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북한이 이 결의안의 내용을 수정하고자 펼쳐온 총력 외교전의 연장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북한은 그동안 EU와 일본 주도의 북한 인권 결의안 초안에서 ‘ICC 회부’ 내용을 들어내고자 유엔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숨가쁜 외교전을 전개해왔다.

북한 인권 결의안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유엔 제3위원회에 제출된 데 이어, 지난 6일 EU가 제3위원회에서 설명함으로써 회원국 간 공식 논의가 본격화됐다.

회원국들은 북한 인권 결의안은 이달 안으로 제3위원회에서 채택한다는 일정을 잡고 있고, 그러고 나서는 곧바로 유엔 총회에 상정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북한이 억류 미국인 석방이라는 ‘깜짝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북한 인권결의안의 운명을 되돌리기에는 시기적으로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관련 결의안은 EU와 일본이 작성한 초안에 미국 등 40여 개국이 공동제안국으로 서명한 상태이다. 특별한 사정 변경 사유가 없다면, 이들 회원국이 자발적으로 서명한 결의안 내용을 바꾸려 하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다.

다만, 억류 미국인 석방이라는 북한의 이번 유화 조치는 유엔 회원국 내의 대북 강경 여론을 누그러뜨리는 데 다소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진전 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북한으로서는 결의안 최종 확정 과정이나 결의안이 표결에 부쳐질 때, 지금보다는 다소나마 유리한 결과를 기대할 수는 있을 것이다.

앞으로 제3위원회에서는 제안국 외 140여 개 회원국은 어떤 형태로든 결의안에 자국의 입장을 반영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서면을 통해 의견을 제출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표결에서찬반이나 기권을 선택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표결 시 결과를 속단하기는 어렵다.

한편, 유엔 관계자들은 이번 석방 조치를 두고 북한이 좀 더 긴 시야에서 접근했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유엔의 한 관계자는 “북한의 인권문제 논의는 이제 시작일 뿐이지 끝이 아니다”라며 올해 초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가 북한 인권 논의를 재점화시킨 점을 상기시켰다.

북한의 인권 문제는 연례적인 북한 인권보고관의 보고, 유엔 인권이사회와 유엔 총회의 결의를 통해 해마다 ‘점검’을 받는 국제적인 핫이슈로 떠올라 있으며, 북한은 설사 올해가 아니더라도 내년에 또 점검을 받아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유엔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단지 올해의 결의안을 ‘모면’하려는 차원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중장기적으로 전개될 과정에서도 궁지에 몰리는 상황을 방지하고자 이번 조치를 취했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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