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총기폭력 맞선 중요한 발걸음”, 총기구매자 신원조사에 여론은 압도적 지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발표한 총기거래 규제 행정명령을 공화당 경선 주자들이 일제히 비난하고 나서면서, 이 사안이 대선 핵심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이날 발표된 총기규제 행정명령에는 장소에 상관없이 모든 총기 판매인은 연방정부의 면허를 얻어 등록하고 구매자의 신원조회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총기 박람회’나 인터넷 등을 통한 임의 총기거래가 사실상 차단되는 것이다.
공화당 주자들은 이 방안이 총기 소지를 인정한 ‘수정헌법 2조’ 위반이라는 점과 헌법적 권리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의회를 우회하는 편법이 동원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일제히 ‘오바마 때리기’에 나섰다.
대선 풍향계인 아이오와 주 여론조사에서 선두로 나선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버락 오바마의 위헌적 행정 조치들에 맞서 싸우겠다”며 반발햇다.
3위 주자인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이 수정헌법 2조를 약화시키는데 사로잡혀 있다”며 행정명령이 위헌임을 강조했다.
신경외과 의사출신인 벤 카슨은 “총기 거래를 규제하겠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하는 어떤 행정명령도 단지 법을 지키는 시민들의 자유를 규제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언론 기고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수정헌법 2조를 짓밟고 있다”고 쓴 데 이어 트위터에 “오늘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이 미국 역사에서 왜 가장 자유주의적이고 분열적인 사람인지 다시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유일한 여성 주자인 칼리 피오리나 휴렛팩커드 전 최고경영자는 트위터에 “또 다른 불법적, 위헌적 권한확대”라고 비판했다.
공화당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이미 “대통령이 되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공언한 데 이어 전날 CNN에 “머지않아 사람들은 총을 소지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조치가 궁극적으로 헌법적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트위터에 “총기폭력과 관련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뎠다”며 “차기 대통령은 그 진전을 이어가자”고지지를 표명했다.
그는 “우리는 수정헌법 2조를 보호하는 동시에 가정과 지역사회를 총기폭력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으며, 또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도 성명을 내 “어떤 총기 난사사건이 터져도 공화당은 아이들과 무고한 미국인을 미국총기협회(NRA)의 이익 보다 우선시하지 않는다”며 “그래서 나는 우리 사회를 더욱 안전하게 만들 수 있는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조치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주자들이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지지하는 것은 무엇보다 대선 레이스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10월 CBS와 뉴욕타임스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미국인의 92%가 모든 총기 구매자에 대한 신원조회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 성향 조사대상자들 사이에서도 찬성이 87%에 달했다.
특히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강력한 총기규제안’ 도입을 주장하며 이 사안을 대선 쟁점으로 끌어올린 당사자로 꼽힌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다만, 의회를 우회하며 논란을 빚는 이러한 강력한 총기규제에도, 이 방안이 그다지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은 게 오바마 대통령의 고민이라고 한다.
온라인 매체인 뉴스맥스는 “오바마 대통령의 조치가 서부 샌버너디노와 샌디훅 초등학교 난사사건 등에 사용된 총기들의 판매를 봉쇄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들 총은 합법적 통로를 통해 구매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일부 연구에 따르면 면허가 없는 총기 판매업자에게 구매된 총들이 범죄자에게 직접 건네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법무부의 1997년 조사에서도 주(州) 수형시설 수감자의 0.7%가 신원조회가 필요없는 ‘총기 박람회’에서 범죄에 사용된 총을 산 반면, 40%는 친구나 가족에게서, 39%는 길거리에서 불법적으로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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