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스트벨트 돌아보니 ‘트럼프 지지에 균열이 감지됐다’

美 러스트벨트 돌아보니 ‘트럼프 지지에 균열이 감지됐다’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입력 2020-09-07 14:20
업데이트 2020-09-0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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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외에 사는 중산층·백인·저학력 백인 WWC
“트럼프 멕시코 국경 장벽으로 일자리 지켜”
웨스트레이크시 주택 10곳 중 8곳에 성조기

반면 ‘트럼프 피켓 줄었다’ 분위기도 부상
WWC 거주지에 트럼프·바이든 피켓 마주봐
도심서는 코로나19 실정에 바이든 지지세

“트럼프·바이든 둘다 별로” 부동층도 많아
트럼프는 코로나, 바이든은 세금인상 우려
6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웨스트레이크의 한 주택 마당에 흑인 시위를 지지하고 과학적 방역을 촉구하는 내용의 피켓이 꽂혀 있다. 오른쪽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깃발을 내건 집. 웨스트레이크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6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웨스트레이크의 한 주택 마당에 흑인 시위를 지지하고 과학적 방역을 촉구하는 내용의 피켓이 꽂혀 있다. 오른쪽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깃발을 내건 집.
웨스트레이크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미 대선(11월 3일)이 두달도 안 남은 가운데 승부를 가를 각종 경합주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오차범위 안으로 뒤따라왔다. 흑인시위를 비난하며 러스트벨트(미국 중서부와 북동부의 쇠락한 공업지대)에서 백인 지지세 결집에 나선 결과다. 지난 주말 러스트벨트인 펜실베이니아·오하이오주를 돌아본 결과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역전극’의 도화선이었던 ‘화이트워킹클래스’(WWC·교외에 사는 중산층·백인·비대졸자)의 트럼프 지지세는 굳건했지만, 지난번과 달리 심상치 않은 균열도 감지됐다.

5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 76번 고속도로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를 호소하는 대형 광고판과 소형 플래카드는 손쉽게 발견할 수 있었지만,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의 선전물은 드물었다. 서머셋 지역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흑인이나 히스패닉이 아닌 2명의 백인 여성이 청소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이 중 한명인 주디(62)는 표심을 묻자 “당연히 트럼프를 찍을 것”이라며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만들어 일자리를 얼마나 많이 지켜낸 줄 아느냐”고 말했다. 다른 직원도 “트럼트, 일자리”라고 짧게 답하고 쓰레기통을 비웠다.

청소원, 경찰관, 배관공 등의 직업을 가진 WWC는 과거 노조 소속으로 민주당 지지자로 통했지만 미국 내 공장의 해외 이전으로 이민자와 일자리 경쟁을 하는 ‘잊혀진 계급’이 됐고, 직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다.

오하이오 앰허스트의 휴게소에서 만난 20대 종업원도 “투표에 전혀 관심이 없다”면서도 “바이든은 일자리를 중국에 내 줄 것 같다”고 했다. 이튿날인 6일 오하이오 및 일리노이 일대에서는 백인 주민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차량 행진을 열리기도 했다. 이 주의 웨스트레이크시에서 한 마을 들러보니 성조기를 내건 집이 10곳 중 8곳이었다. 주민인 제인 화이트는 “애국심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백인이 대다수인 동네여서 공화당 지지세가 강하다”고 했다.
6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웨스트레이크시에서 도로를 마주 보는 두 집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지지 플랜카드(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 플래카드를 각각 내걸었다. 웨스트레이크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6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웨스트레이크시에서 도로를 마주 보는 두 집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지지 플랜카드(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 플래카드를 각각 내걸었다.
웨스트레이크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하지만 WWC가 많은 교외지역도 ‘트럼프 열기’가 2016년 대선보다는 약해졌다는 전언도 들었다. 한 주민(43)은 “트럼프 지지 피켓을 내건 집이 확실이 줄었다. 몇 집은 흑인 시위를 응원하는 팻말을 세웠다”며 “길 하나를 두고 마주 보는 두 집이 트럼프와 바이든을 지지하는 대형 플래카드를 내건 것도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도심의 청년들은 바이든 지지세가 강했다. 클리블랜드주립대에서 만난 에이 제이(20)는 “오빠가 의사인데 트럼프의 잘못된 판단으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바이든이 정상 상태로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두 후보가 연일 공략 중인 부동층은 지난 대선보다 많아진 듯했다. 웨스트레이크시 도서관에서 만난 70대 백인 여성은 “두 후보 모두 너무 나쁜 선택이어서 대선일에도 못 정할 거 같다는 사람이 많다”며 “코로나바이러스 문제를 더 키운 트럼프는 말할 필요도 없고, 헬스케어 같은 바이든의 정책도 이상적이기만 하고 세금만 허비할 것들”이라고 했다.

워싱턴·서머셋·앰허스트·웨스트레이크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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