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민주주의의 적’이 된 트럼프, 그는 떠나도 ‘트럼피즘’은 남는다

스스로 ‘민주주의의 적’이 된 트럼프, 그는 떠나도 ‘트럼피즘’은 남는다

안석 기자
안석 기자
입력 2021-01-19 18:18
수정 2021-01-1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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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4년, 美 민주주의의 실패 보여줘
진영 갈등 사회서 ‘제2의 트럼프’ 나올수도

트럼프-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로이터 연합뉴스
임기 1460여일 동안 쏟아 낸 3만 500건이 넘는 거짓말과 가짜뉴스, 인종주의를 자극하는 발언들, 삼권분립의 정점에 있는 입법부를 향한 분열적 선동….

스스로 ‘민주주의의 적’이 되기를 서슴지 않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긴 유산들이다. 이제 곧 트럼프 시대는 막을 내리지만, 그의 유산은 여전히 남아있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현지시간) 미국이 자랑하던 민주주의가 얼마나 허약한 기반 위에 있었는지 되물은 미 정치·역사 학자들의 진단을 보도하며 냉철하게 평가해봐야 할 대상은 트럼프만이 아닌 미국 사회와 미국이 추구해온 민주주의 그 자체라고 보도했다.

지지율 등 숫자상으로 보이는 트럼프 시대는 완전한 실패라고 평가해도 무방하다. 갤럽 여론조사를 기준으로 트럼프의 평균 국정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하위인 41.1%로, 그는 임기 동안 50%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대선 불복 행보와 초유의 의회 난동 선동 등 스스로 법질서를 무시한 대통령은 임기 말 국민들에게 철저히 외면받았다.

하지만 트럼프가 떠나도 트럼피즘(트럼프 현상)까지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학자들은 트럼피즘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미국은 트럼프 시대 이전부터 이미 양극화와 보수·진보 갈등이 심화된 사회였다. 트럼프는 이 같은 분열을 이용해 어떻게 권력은 물론 사익까지 추구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준 것뿐이었다. 레아 라이트 리구어 브랜다이스대 부교수는 “트럼프의 임기 4년은 소수인종과 소외된 미국인들이 처한 현실을 극적으로 보여 줬다”면서 “이는 미국 민주주의의 실패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JS)도 “트럼피즘은 이미 20년 동안 공화당 내에서 형성되고 있었다. 트럼프의 등장은 우연일지 모르나 트럼피즘은 필연이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가 지난 대선에서 받은 득표수는 역대 2위인 7422만여표다. 백인 노동자 계층 저변에 깔린 반이민 정서와 워싱턴 주류엘리트들을 향한 이들의 불만은 지난 4년간 오히려 공고해졌다는 의미로, 향후 상원에서 탄핵이 가결되지 않는다면 트럼프가 다시 대선을 노릴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더불어 진영 간 갈등이 심화된 사회에서 시민들이 포퓰리즘적 선동에 단 한 번만 휘말려도 미국인들이 경험한 역사적 퇴행은 언제 어디서든지 되풀이될 수 있다. 이미 트럼프 시대에 더욱 득세한 전세계 ‘스트롱맨’(권위주의 정치인)들은 이를 보여주고 있다. 조지워싱턴대 정치사학자 매슈 달렉은 “7400만여명이 음모론과 거짓말을 일삼고 폭력과 백인·남성우월주의를 조장하는 사람에게 투표했다”며 “세계에서 가장 위대하다고 생각했던 미국의 민주주의가 (작은 충격에도) 깨지기 쉬웠던 것이 무엇을 의미하겠느냐”고 되물었다. WSJ은 “공화당도 트럼프와 트럼피즘을 분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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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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