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라늄 농축 멈추면 1조원”… 이란 “제재 해제부터” 거절

美 “우라늄 농축 멈추면 1조원”… 이란 “제재 해제부터” 거절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입력 2021-04-07 21:06
수정 2021-04-08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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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합의 복원’ 첫 당사국 회담 기싸움

이란, 美와 한 테이블서 논의도 거부
양국 사이서 獨·佛·英·中·러 셔틀외교
이란 “올바른 길”… 美 “건강한 진전”
내일 빈에서 회의 이어가며 대화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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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을 위한 공동위원회 참가국 회의가 열리고 있다. 2018년 5월 당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핵합의 탈퇴 및 대이란 제재 재개 이후 핵합의 복원을 위한 회의다. 이란과 독일, 프랑스, 영국, 러시아, 중국이 대면했고 이란의 반대로 미국은 협상장에 앉지는 못했다. 빈 로이터 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을 위한 공동위원회 참가국 회의가 열리고 있다. 2018년 5월 당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핵합의 탈퇴 및 대이란 제재 재개 이후 핵합의 복원을 위한 회의다. 이란과 독일, 프랑스, 영국, 러시아, 중국이 대면했고 이란의 반대로 미국은 협상장에 앉지는 못했다.
빈 로이터 연합뉴스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을 위한 첫 당사국 회담에서 미국의 제재 해제와 이란의 우라늄 농축 제한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안이 합의됐다. 다만 이란은 선 제재 해제를, 미국은 선 우라늄 농축 중단을 주장하며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어 향후 협상에 험로가 예상된다.

워싱턴포스트는 6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JCPOA 공동위원회 참가국 회의에서 핵합의 당사국인 독일·프랑스·영국·러시아·중국 등 5개국과 이란이 “2개의 실무그룹 구성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미국과 한 테이블에 앉지 않겠다고 주장함에 따라 이날 협상은 로버트 말리 특사가 이끄는 미국 대표단은 인근 호텔에 머무르고, 5개국이 양국 사이에서 셔틀외교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2개 실무그룹 중 한쪽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8년에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하며 부과한 것을 포함해 1600여개에 달하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추진한다. 다른 쪽은 이란이 핵합의가 정한 농축 우라늄 비축 제한을 다시 준수토록 하는 방법을 강구하게 된다.

미 언론들은 대화 개시와 함께 미국과 이란 모두 핵합의 복귀의 필요성에 공감한 데 의미를 뒀다. 실제 회의 후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부 차관은 이날 협의를 “올바른 길”이라며 “참가국과의 대화는 건설적”이었다고 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환영할 만하고 건설적인 조치”, “건강한 진전” 등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양측은 우라늄 농축 중단과 제재 해제 중 ‘뭐가 먼저냐’는 문제를 두고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미국은 이날 이란이 농도 20%의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면 10억 달러(약 1조 1000억원) 규모의 동결 자산을 해제하겠다는 제안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란은 “터무니없다”며 일축했다.

미국 내 정치권의 목소리도 아직 통일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미국이 협상에서 먼저 탈퇴했으니 복귀 과정에서도 ‘첫발’을 먼저 내디딜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공화당은 이란의 탄도미사일이나 테러단체 지원 등의 문제도 연계해 협상에 나서라고 주문하고 있다. 갑작스러웠던 2018년의 대이란 제재로 이란산 석유 수입을 중단해야 했던 전 세계 기업들도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프라이스 대변인의 “조속하고 즉각적인 돌파구를 기대하는 건 아니다”라는 언급은 이런 국내외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 대표단은 다음 회의가 9일 열린다고 전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2021-04-0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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