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지상전 연기 ‘예스’…백악관 “질문 잘못 들은 것” 수습

바이든, 지상전 연기 ‘예스’…백악관 “질문 잘못 들은 것” 수습

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입력 2023-10-21 11:58
업데이트 2023-10-21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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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가자 지상전 연기 원하냐 물음에 “그렇다” 답변
백악관 “전용기 엔진소음 속 질문 잘못 들어” 단순착오 해명
유럽의 이스라엘 압박설 속 ‘단순 실수였을까’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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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델라웨어주 레호봇 비치로 가기 위해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고 있다. 2023.10.20 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델라웨어주 레호봇 비치로 가기 위해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고 있다. 2023.10.20 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지상 침공을 연기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전용기 탑승을 앞두고 ‘더 많은 인질이 자유의 몸이 될 때까지 지상전을 미루길 원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다”(Yes)고 대답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인질 보호를 위해 지상전을 미루라고 이스라엘을 압박한다는 보도가 나온 상황이라 바이든 대통령의 이 같은 답변은 주목을 받았다.

앞서 이날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들 석방 협상에 시간을 벌기 위해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침공 연기를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을 인용, 하마스가 인질 일부의 석방에 동의할 조짐이 있으며 이스라엘은 애초 군사작전을 늦추는 데 반대했지만 미국의 압력을 받고 작전 연기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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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미국 도버 공군기지에 도착한 에어포스원에서 내리고 있다. 2023.10.20 로이터 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미국 도버 공군기지에 도착한 에어포스원에서 내리고 있다. 2023.10.20 로이터 연합뉴스
그러나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착오가 있다며 급히 수습에 나섰다.

벤 러볼트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상전 연기 관련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전 계획에 관한 게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러볼트 대변인은 “대통령은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는 질문 전체를 듣지 못했다. 그 질문은 ‘더 많은 인질이 석방되는 걸 보고 싶습니까’로 들렸다. 그(바이든 대통령)는 그것 외에는 다른 어떤 것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해명은 결국 가자 지상전 연기와 관련된 부분을 제대로 듣지 못한 채 더 많은 인질이 풀려나길 바란다는 데 동의하는 취지로 ‘그렇다’고 말했다가 입장이 잘못 전달됐다는 얘기다.

로이터 통신은 “전용기인 에어포스원 탑승계단을 오르던 바이든 대통령에게 엔진 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한 기자가 질문을 외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잠시 멈춰서 ‘그렇다’고 답한 뒤 비행기에 탑승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과거에도 중국의 대만 침공 때 미국의 군사개입을 시사하는 발언 등 중대 발언을 했다가 백악관이나 국무부가 급히 수습에 나선 적이 있었다.

이 같은 혼선을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논란의 발언을 단순한 착오나 실수가 아닌 상대 행동을 통제하기 위해 ‘전략적 모호성’을 부풀리는 행위로 해석하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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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인질로 잡혔다가 풀려난 미국인 모녀가 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2023.10.20 예루살렘 미국 대사관/AF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인질로 잡혔다가 풀려난 미국인 모녀가 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2023.10.20 예루살렘 미국 대사관/AFP 연합뉴스
앞서 하마스는 인도주의적 이유를 들며 인질로 잡고 있던 미국인 모녀 2명을 이날 석방했다.

지난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해 1천500여명에 이르는 사망자를 낸 하마스는 이 과정에서 다수의 민간인과 군인, 외국인을 납치해 인질로 삼은 채 이스라엘군과 무력 충돌을 이어왔다.

하마스가 인질로 삼은 미국인 전원을 풀어준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전쟁에서 행방이 확인되지 않는 미국인이 10명 더 있다”면서 “이들 중 일부는 모두 200명으로 추정되는 인질들과 함께 하마스에 잡혀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한 선거자금 모금행사에서는 하마스의 공격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훼방 놓을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하마스가 이스라엘로 넘어간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사우디아라비아인들과 함께 앉으려는 참이란 걸 그들이 알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거 아느냐, 사우디는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길 원했다”면서 조만간 이를 공식화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중재 하에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를 위시한 아랍 국가들과의 국교 정상화를 모색해 왔으며, 하마스의 기습 직전까지도 그런 합의가 연내에 체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었다.

사우디는 국교 정상화 조건으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상당한 양보를 할 것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와 관련한 논의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에 전쟁이 터지면서 중단됐다.

하마스는 1987년 창설된 뒤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비타협적 무장 투쟁에 전념해 왔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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