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중 업체 포함 36건 미뤄… 비핵화 않으면 제재 가능 압박
북·미 정상회담 의제 및 의전 실무회담이 잇달아 열리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추가 대북 제재를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24일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북·미 정상회담 취소 선언 이후 어렵게 되살린 회담의 불씨를 이어 가는 한편 ‘완전한 비핵화’에 나서지 않으면 언제든 추가 제재에 나설 것이라고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트럼프 정부가 이르면 29일부터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 추방과 제재 품목의 불법 이송 차단 등에 초점을 맞춘 수십건의 새로운 대북제재 부과를 검토해 왔다”면서 “하지만 북한과의 대화가 진전되면서 추가 대북 제재를 무기한 연기했다”고 전했다. WSJ는 이어 미 정부 고위관계자의 발언을 인용, “추가로 검토했던 대북 제재는 거의 36건에 달하고 러시아와 중국 업체들도 포함돼 있다”며 “미국이 북한에 대한 새로운 주요 제재를 연기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을 되살리려는 북·미 양측의 분주한 움직임 중 한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미측은 지난 16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24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잇달아 북·미 정상회담 무산 가능성을 경고하는 위협적 발언을 내놓자,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정상회담 취소 선언 이후 북한을 압박하는 추가 제재를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지난 24일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심사숙고 중인 오늘까지도 대북 압박 전략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시행하려는 추가 제재도 당연히 있다”며 새로운 대북 제재 논의를 진행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추가 제재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선언 직후에 나왔다.
이후 이어진 북한의 ‘대화 요청’과 비밀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 확인’ 등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끝에 북·미 정상회담이 재추진되면서 대북 제재를 미루는 쪽으로 최종 결정됐다고 WSJ는 설명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트럼프 정부의 추가 대북 제재 연기는 북한의 경제 발전 지원 및 체제 보장 약속에 대한 신뢰를 보여 주는 한편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지 않으면 언제든 강력한 제재가 이뤄질 것이라는 ‘경고성’ 의미도 담고 있다”고 해석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2018-05-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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