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케랄라주 사원 코끼리들 온몸에 피멍, 정신착란, 눈 멀어

인도 케랄라주 사원 코끼리들 온몸에 피멍, 정신착란, 눈 멀어

임병선 기자
입력 2020-09-07 15:03
업데이트 2020-09-07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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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사원 코끼리의 비참한 상황을 고발하기 위해 다큐멘터리를 만든 상기타 아이어가 지난 2013년 처음 만나 아끼는 코끼리 락시미를 어루만지며 함께 아파하고 있다. 락시미는 한쪽 눈이 멀었다.
인도 사원 코끼리의 비참한 상황을 고발하기 위해 다큐멘터리를 만든 상기타 아이어가 지난 2013년 처음 만나 아끼는 코끼리 락시미를 어루만지며 함께 아파하고 있다. 락시미는 한쪽 눈이 멀었다.
락시미는 한쪽 눈이 멀었다.
락시미는 한쪽 눈이 멀었다.
인도 남부 케랄라주 출신으로 캐나다 토론토에 거주하는 상기타 아이어라고 해요. 어릴 적에는 인도 사원에 딸린 코끼리들이 행진하면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답니다. 한참 어른이 돼서야 그들이 아주 불쌍하게 지낸다는 것을 깨달았죠.

아주 많은 코끼리들이 엉덩이에 상처를 갖고 있고 커다란 종양, 발목 부근에 피멍이 들어 있어요. 쇠사슬이 늘 그들의 살을 베고요. 또 많은 코끼리들이 눈이 멀어요. 6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털어놓았듯이 전 인도 사원에 소속된 코끼리들이 당하는 끔찍한 처우를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다큐멘터리 ‘사슬에 묶인 신들(Gods in Shackles)’을 제작했어요.

힌두교와 불교 전통에 따르면 코끼리들은 매우 높은 지위를 누려요. 해서 몇 세기 동안 사원들과 수도원들은 신성한 임무를 수행하는 데 코끼리들을 이용했지요. 참배객들은 코끼리들에게 기도를 올리기도 한답니다. 몇몇 코끼리들은 명성을 얻어 지상에서 보낸 시간보다 더 오래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도 해요.
인도 사람들은 축제에 동원된 사원 코끼리들이 신성한 영혼을 지니고 있다며 유명한 코끼리들이 죽으면 추모하기도 하고 자신의 안녕을 기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두 악어의 눈물이라고 아이어는 단언한다.
인도 사람들은 축제에 동원된 사원 코끼리들이 신성한 영혼을 지니고 있다며 유명한 코끼리들이 죽으면 추모하기도 하고 자신의 안녕을 기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두 악어의 눈물이라고 아이어는 단언한다.
예를 들어 케랄라의 유명한 구루바유르 사원 근처에 가면 케사반(Kesavan)이란 코끼리의 실물 크기 모형이 장식돼 있고, 그의 상아가 사원 입구가 돼 있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케사반은 1976년 72세를 끝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사원 주위를 돌다 쓰러졌다고 사람들이 얘기해요.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코끼리라도 죽으면 신도들이 모여 사람들의 장례식 비슷하게 추모하는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고요.

하지만 코끼리들은 사람들이 고문해 죽인 것이에요. 죽은 뒤 사람들은 등불을 밝히고 악어의 눈물을 비치며 슬퍼하는 척하는 것일 뿐이죠.

인도 어디를 가나 사원들에 코끼리가 있지만 특히 케랄라주에 많아요. 대략 2500마리의 포획된 코끼리 가운데 5분의 1이 이 주에 있다고 해요. 구루바유르 사원에만 50마리가 넘게 소속돼 있어요.

사원 코끼리는 소유한 사원이나 개인에게 돈을 벌어줘요. 어떤 코끼리는 축제가 열릴 때마다 1만 달러 정도를 번대요. 축제 주최측이나 가게 주인들이나 영주들이 돈을 낸답니다.
코끼리 조련사를 인도에서는 마후트라 한다. 이들은 혹독한 체벌과 고문으로 코끼리들의 영혼을 빼앗는 좀비 같은 존재라고 아이어는 개탄한다.
코끼리 조련사를 인도에서는 마후트라 한다. 이들은 혹독한 체벌과 고문으로 코끼리들의 영혼을 빼앗는 좀비 같은 존재라고 아이어는 개탄한다.
가장 유명한 코끼리가 테칙콧투카부 라마찬드란(Thechikkottukavu Ramachandran)인데 아시아의 포획된 코끼리 가운데 가장 키가 큰 것으로 인정받고 있어요. 이제 56살이며 부분적으로 눈이 멀었어요. 위키피디아에 따로 소개될 정도로 유명해요. 트리수르(Thrissur) 축제에 매년 초대돼 사람들을 끌어모았는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여러 차례 정신착란을 일으켜 지난해에는 두 사람을 죽이고 말았죠. 그러자 지방 당국은 축제에 코끼리를 동원하지 말도록 했다가 나중에 주민들의 항의가 거세 슬그머니 없던 일로 하더군요.

힌두교 신자인 전 캐나다에 살다가 2013년 잠깐 고국을 찾았을 때 처음으로 장식을 하지 않은 코끼리의 민낯을 봤어요. 쇠꼬챙이나 징 달린 사슬, 갈코리가 달린 길다란 장대 등으로 무자비하게 코끼리들이 가장 아파하는 관절 부위 등을 찔러대더군요. 라마바드란이란 코끼리는 하도 심각한 상황이라 인도 동물복지위원회가 안락사시키자고 제안했지만 사원은 목숨이 다할 때까지 의식에 써먹었어요. 코가 마비돼 물을 들이 마시지 못하는 코끼리도 있어요.

코끼리는 사회성이 높은데 타밀 나두의 사원들은 암컷만, 케랄라주의 사원들은 수컷만을 키우는 것도 문제랍니다. 아시아 코끼리는 수컷들만 상아가 있는데 케랄라주에서는 상아를 귀하게 여겨 수컷을 선호하는 반면, 인도 남부의 다른 지역들에서는 암컷을 좋아한대요.
사원 축제에 동원된 코끼리 눈에 눈물이 말라붙었다.
사원 축제에 동원된 코끼리 눈에 눈물이 말라붙었다.
2014년에 전 잡힌 지 얼마 안 된 락시미를 만나 첫눈에 반했어요. 서로를 만지며 둘이 통하는 느낌이었지요. 하지만 일년 뒤 다시 만났을 때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어요. 눈가에 눈물이 말라붙어 있었어요. 코로 자신을 문지르며 스스로 다독거리고 있더군요. 락시미가 음식을 몰래 가져가니까 마후트(mahout, 조련사)가 엄청 화를 내며 무자비하게 체벌하더군요. 쇠꼬챙이로 눈을 찔러 멀게 했어요.

마후트들은 길들인다며 거의 고문을 하고 자신의 힘으로 안되면 더 지독하게 다루는 훈련장으로 보낸답니다. 그들은 묶어 두고 때려요. 72시간을. 영혼을 파괴해 그저 마후트가 말하는 대로 따르게 해요. 그들은 좀비 같아요. 많은 코끼리들이 그저 해골처럼 살아요.
늘 엄청나게 무거운 사슬을 두른 채 지내느라 코끼리 발목에는 피멍 자국이 널려 있다.
늘 엄청나게 무거운 사슬을 두른 채 지내느라 코끼리 발목에는 피멍 자국이 널려 있다.
당국은 이제야 사원 코끼리들을 쉬게 하고 의학적으로 진단하기 위해 타밀 나두와 케랄라주에 재활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지난해 케랄라주 정부는 포획된 코끼리들을 규제하는 장치를 강화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느리기만 해요.

전 사원이 더욱 코끼리에게 가혹한 이유를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일부는 딱 잡아떼요. 우리가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거나 잘못을 바로잡겠다고 말하는 것보다 잡아 떼는 것이 더 쉽기 때문이랍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모든 사진 상기타 아이어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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