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폭력 사용 안 했어도 선동 의도 있어”
인권단체 “터무니없는 형량” 마춘만 “후회 안해”
홍콩 민주화 운동에 20차례 참여해 국가 분열을 선동한 혐의를 받는 ‘홍콩판 캡틴 아메리카 2.0’ 마춘만이 11일(현지시간) 징역 5년 9개월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지난해 6월 15일 홍콩 퍼시픽 플레이스 쇼핑몰 밖에서 시위 도중 사망한 시위대 마르코 렁 링킷을 추모하는 집회에 참석한 마춘만(가운데). 2020.6.15 홍콩 로이터 연합뉴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홍콩 지방법원은 11일(현지시간)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마춘만에게 징역 5년 9개월을 선고했다. 법원은 그가 ‘홍콩에 자유를, 우리 시대의 혁명’ 슬로건을 사용한 것이 홍콩보안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무죄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스탠리 챈 판사는 선고를 내리면서 “그에게는 다른 사람들을 선동하려는 의도가 있었고 그것을 실행했기 때문에 그가 폭력을 사용했는지, 경찰을 공격했는지, 피고 소환에 응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이런 맥락에서 제2의 마춘만이 없을 거라고 장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5번의 체포와 보석 석방을 반복했던 마춘만은 지난해 11월 6번째 체포된 이후 수감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그는 시위 때면 캡틴 아메리카 복장을 하고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2014년 우산혁명 당시 등장한 ‘캡틴 아메리카’를 따라 한 행동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캡틴 아메리카 2.0’이라 불렀다.
마춘만은 비폭력 시위를 고수했지만 그가 받은 형량은 폭력 시위 가담자의 형량과 비슷하다. 앞서 지난 1월 공항 폭동에 가담해 중국 본토 기자를 폭행한 건설노동자가 징역 5년 5개월을 선고받았다.
우산을 든 시위대가 2020년 5월 24일 중국 홍콩 코즈웨이베이에서 열린 새로운 국가보안법 시행 반대 집회에서 행진하고 있다. 2020.5.24 홍콩 EPA 연합뉴스
마춘만은 선고에 앞서 변호사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자신의 행동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춘만은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모두 20차례에 걸쳐 민주화 시위에 참여해 홍콩 독립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쳐 국가 분열을 선동한 혐의를 받아왔다.
한편 지난해 6월 발효된 홍콩보안법은 홍콩 내 반정부 활동을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